[김대환의 새 이야기]5. 새를 찍다
종합 / Bio통신원
까치즐리 (2015-10-14)

- 김대환(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인하사대부고 생물교사)-
 
    사진은 대상에 따라 찍는 방법이 다르다. 물론 자동으로 찍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겠지만 뭔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차이가 많다. 그러나 설령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동으로 찍은 사진보다 이렇게 공을 들여 찍은 사진이 못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촬영 상황을 잘못 이해해서 카메라 세팅을 엉뚱하게 놓고 찍은 경우와 사진가의 능력보다 카메라의 능력이 더 뛰어난 경우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이런 경우도 가끔 일어난다.

    결국 사진은 탐조와는 별개로 완전히 다른 하나의 또 다른 전문 분야이다. 동일한 장비로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대상을 찍는다 하더라도 사진이 동일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촬영 조건이 안 좋은 경우에는 이런 일이 더 잘 일어난다. 결국 셔터를 누른다고 모두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류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고 이번 주제는 오로지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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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 어린 딸과 커버린 딸.

   [종 추가] 새를 찍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종 추가이다. 종 추가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새를 봤느냐지만 그 수치가 결국 그 사람의 경력과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를 보는 사람들에게 종 추가는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찰된 새를 575종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이 숫자도 논란이 많다. 논란이 많은 이유는 누군가 새를 봤다고 하는데 사진은 없고 그 후로 10년 넘게 한 번도 다시 관찰된 적이 없으면 그걸 봤다고 인정해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새가 우리나라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서 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뜬금없이 그런 새가 나타나기도 한다. 날개달린 새가 지구 어디든 못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575종 정도 되는 새 중에서 몇 종을 봤는가가 척도가 된다.

    [탐조 수준] 일반적으로 100종 정도를 봤다고 하면 초보에 속한다. 새를 200종 정도 봤다고 하면 중급 정도로 판단한다. 새를 300종 정도 보면 고수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새를 300종 보면, 같이 새를 보는 지인들이 케이크를 사다놓고 파티를 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워낙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라 1~2년 만에 300종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새를 봤다는 의미는 그 새를 다시 봤을 때 자력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300종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300종의 새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400종의 새를 보는 것에 대한 명칭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 모르겠다. 현재 400종 이상의 새를 본 사람은 국내에 3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국내에 도래하는 새의 종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년이 지나면 대부분 400종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만종프로젝트] 따라서 조금 먼저 400종에 올라갔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아직 400종이 안 되서 심통날 일도 아니다. 사실 400종이 넘으면 종추가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새 보는 일이 재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마냥 좋은 일만도 아니다. 그래서 요즘 새 좀 봤다는 사람들은 외도를 한다. 이른바 종목을 바꾸는 것이다. 새 찍던 사람이 모델 세워 놓고 인물 사진 찍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고, 결국 자연에서 시작을 했으니 자연으로 끝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이래서 추진되는 것이 저자가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는 ‘만종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10,000종의 생물을 찍어 보겠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뭐든 찍는다. 그리고 그 생물이 뭔지 동정한다.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증거사진만 찍을 것이고,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디테일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대충 계산해도 10,000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각 분류군마다 종수를 대충 계산해 본적이 있다. 보기 편한 것들만 계산해도 5,000종에서 8,000종 정도로 계산이 되었다. 그런데 왜 10,000종인가? 살면서 외국에 나갈 경우도 있고, 사진을 찍다보면 수준이 높아져서 한 2,000종 정도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정 어려우면 동물원이라도 가서 찍는거지 뭐. 그리고 8,000종 보다는 10,000종이 어감도 좋고 뭔가 있어보이지 않는가. 아무튼 이런 어설픈 기획으로 탄생한 것이 ‘만종프로젝트’이다. 계획은 창대하게 세우고 실천은 어렵게 하지만 그래도 이 계획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난 사진을 대충 찍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류군에 따라 새로 구입하거나 만들어지는 장비가 엄청나다. 또 다양한 사진을 찍으면서 새로 배우게 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도전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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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 Bric 홈페이지를 이용한 만종 프로젝트(분류군별 카운팅)

    [계획] 혹자는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뭘 하려고 그러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뭘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그러나 뭐든 하려면 반드시 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바닷가에 살고 있는 게를 찍고 있는데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자료가 매우 불충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진 자료는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족하다. 물론 전문가 그룹에게는 좋은 사진이 있을 것이다. 그 사진을 인터넷에 풀어 놓는가는 본인들의 판단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사진이 좋지 않다. 이유가 뭘까? 내 생각으로는 장비의 문제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나름 만종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갯벌 주변에서 게를 찍어 보았다. 게도 역시 생물인지라 무척이나 예민했다. 가까이 접급하고 싶었지만 갯벌 안으로 들어가 촬영을 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다. 결국 갯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갯벌가에서 촬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거리였다. 짧은 렌즈로는 게를 용이하게 촬영하기 어려웠다. 결국 새 찍을 때 사용하는 대포렌즈를 동원했다. 사진이 맘에 들게 나왔다. 결국 갯벌에서 게를 찍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렌즈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이유로 곤충을 촬영할 때도 나는 대포렌즈를 사용한다. 곤충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 찍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결국 내게는 만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장비가 모두 갖춰진 셈이다. 그러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 일이다.

    [욕심] 세상 일이란 것이 어찌 보면 복잡하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싸워야 하는 대상은 내 자신의 욕심이다.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새 사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잘 모를 때는 욕심만 앞서서 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찍어 볼 욕심으로 새를 괴롭히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본인 자신의 수준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흔히 초보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문제이다. 조류 촬영은 촬영 대상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욕심만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 그러다가 새를 좀 더 알게 되면 이런 일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또 무수히 많은 사진을 찍다보면 초보 때 좋다고 찍었던 사진이 별 볼일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자리매김] 아직은 시작 단계인 조류 촬영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 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아지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체계가 잡혀나갈 것이다. 또 이렇게 체계가 잡혀가는 과정에서 올바른 교육과 계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결국 시간이 해결할 것이고 점점 완성되어 나갈 것이다. 그런 부분을 고치려하지 않고 질책만한다면 정말 우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한심한 것은 외국과 비교하는 것이다. 외국은 총으로 새들을 잡는 것이 일상적인 나라들이었다. 그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사냥할 새들이 없어 사냥이 금지되고 이제는 새들을 보호해야만 할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보호 정책과 운동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떤 이들은 외국 사람들은 새를 필드 스코프로 보기만 하지 찍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서슴없이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해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미 고수가 된 본인과 이제 시작하는 초보들을 너무 단순하게 비교한다. 본인들도 초보 때는 그와 비슷하게 했으면서 이제와 고수라고 잘 모르는 사람들을 나무라듯 질책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초보들은 자연이 좋아서, 새가 좋아서 새를 찍는 것이고 그들이 새를 이해하면 새들을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을 그런 식으로 훈계하는 것은 몰상식한 짓이다. 어차피 너무 심하게 새를 찍는 사람들은 결국 눈총을 받게 되고 더 이상 사진을 찍기는 힘들게 된다. 우리가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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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 외국과 우리나라의 탐조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조금은 전문적이면서 애매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서만 구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고수급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구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설득해야 해결될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통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전자파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사회적 통념으로 만들어나가니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전자파를 두려워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억지로 전자파의 문제점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런 것이 세상이고 사람들의 특성이다. 새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끝은 없는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을 위해 행동할 뿐이다.

    조류 사진은 운칠운삼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운이라는 이야기이다.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수많은 경험도 모든 것을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런 것이 자연이고 생명인 것이다. 너무 주눅들 필요도 없고 너무 당당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만든 적당한 선에서 최대한 지키고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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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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