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보고서 쓰기, 첫걸음] 7. 많이 읽은 사람이 잘 씁니다
종합 / Bio통신원
세균맨 (필명) (2023-05-25)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분이십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6.25 전쟁이 터져 학교를 마치지 못하셨죠. 시대가 시대니만큼 결혼을 하고 네 자녀를 키우면서 가정 주부로 생활하시다가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등단을 하셨습니다. 그 후 늦게 출발한 커리어를 마음껏 즐기기라도 하신 듯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분의 첫 소설은 ‘나목’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등단 후 인터뷰를 할 때 기자가 물었습니다. 

“그동안 습작을 많이 하셨나요?”

“아니요. 습작 안 해도 돼요. 책 많이 읽으면 돼요.”

아마도 더 긴 답을 하셨을 것 같은데 기자가 이 부분을 간추려 적었던 게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쓰는 일도 할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쓰는 연습 없이 읽기만 해서야 쓰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읽기라는 작업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쓰기라는 산출물이 나오기는 힘들 거예요. 
 

많이 읽은 사람이 잘 씁니다


보고서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많이 써봐야 잘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 많이 읽어보는 것도 재산이 됩니다. 내가 맡은 분야의 보고서는 자주 작성하기 때문에 연습하면 숙달이 됩니다. 하지만 늘 쓰던 방식으로 쓰게 되죠. 다른 사람들이 쓴 보고서, 특히 다른 업무 분야에서 쓴 보고서를 자주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사고방식이 전환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타 부서 자료를 유심히 보세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부서에서 보내준 자료들이 수도 없이 배달됩니다. 내 업무와 관련 없는 자료는 보통 열어보지 않고 폐기하곤 하는데요. 조금만 시간을 내서 다른 부서 자료를 보면 도움이 됩니다. 이건 타 부서의 업무를 파악해서 업무 역량을 확장하자는 목적은 아니고요. 다른 부서의 보고서를 접하면서 팁을 얻어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원들은 주로, 학생시절에는 실험 보고서를 썼고, 학위를 하면서 논문을 썼고, 학회에서 발표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한 일의 인과관계에 따라 근거 자료를 만드는 것이 주요 활동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회사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작성했던 자료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자료를 요구받습니다. 

성향에 따라 바로 적응하는 사람도 있고, 한동안은 우왕좌왕하며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죠. 저도 처음에는 실험한 과정을 나열하며 결과를 기재했는데 자꾸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둥,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둥, 아리송한 주문을 받아서 괴로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실험하는 사람의 성향은 남아있어서 세부 내용을 모두 싣고 싶고, 결론과 이유를 명백히 적어내고 싶은 욕구가 불쑥 드러나는데요.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하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보고서를 보며 팁을 얻으려고 합니다.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경영, 기획, 마케팅, 영업 관련 부서의 자료들입니다. 다시 말해 문과인들의 자료를 참고하는 거예요. 인간이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제2의 인간으로 형성되는 과정인가 봅니다. 문과인들로 구성된 부서의 자료를 보면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얘기라도 풀어내는 방식, 시사점을 찾는 눈, 헤드메시지의 양식 같은 것들이 많이 다릅니다.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우리의 업무 성격에 맞게 적절히 적용해 가면서 배울 점만 배우면 되겠습니다. 

가장 큰 이점은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들으면 이해는 가는데 막상 보고서에 쓰려고 하면 생각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논문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한자어라든가 외국어 같은 것들도 보고서에서는 감칠맛 나게 사용될 수 있는데, 경영이나 기획 본부 등에서 작성되는 보고서에는 이런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자료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생소한 용어들과 친해질 기회가 됩니다. 어차피 같은 회사 자료라서 읽어보면 대략 이해는 될 거예요. 친숙해져서 내 것이 되면, 내가 가져다 쓸 재료가 쌓이게 되는 거죠.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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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kakao  |  05.26 18:41     
7번 글을 먼저 보고 1번부터 순차적으로 정독을 했는데,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논리와 흐름을 잡고 그것들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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