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과학자로 살아요, 와플과 맥주를 곁들여서] 벨기에 사회의 박사생 우대는 꿀맛이야
종합 / Bio통신원
송유라 (2023-03-20)

제목을 적어 놓고 보니 상당히 어그로성(?)이 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그렇듯이, 벨기에도 마찬가지로 비자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꽤나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됐다. 비자뿐이겠는가, 유럽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친구들이 체류증을 받지도 못하고 한국에 돌아왔다며 고생 아닌 생고생을 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꽤나 각오를 하고 가야지 싶었다. 그리고 그 각오는 필요가 없음을, 벨기에로 옮겨온 뒤에 깨닫게 됐다.

사실 벨기에의 경우에는 그렇게 학력 인플레이션과는 연관이 없는 국가 중 하나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내가 벨기에에 넘어왔던 2018년 기준으로 박사학위 소지자 혹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은 벨기에 전체 인구의 0.8%이고, 박사생의 25%는 벨기에 국적이 아니라고 했었다. 물론 2021년 당시의 현황도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오히려 학위과정에 재학하는 국제학생의 수는 더욱 늘었다고. 특히나 이공계열에서 그런 현상이 심한데, 오죽하면 박사과정 연구비를 받았던 프랑스어권 정부 재단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가보면 아예 유럽 사람이 아닌 경우들이 비일비재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현재 있는 연구실은 물론 교내에 있는 연구동도 마찬가지로, 벨기에 국적이 아닌 박사생이 80퍼센트 가까이 된다.
 

벨기에 사회의 박사생 우대는 꿀맛이야


이렇게 된 배경은 사회적 구조도 한몫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고 먹고사는 게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배관공이나 전기공 일을 하는 경우가 일반 사무직이나 연구원보다 수입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을 가려면 대학 진학을 위한 고등학교를 가야 하고, 학위라는 것 자체가 석사를 받을 때까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니 애초부터 이미 학위를 하고 전문직에 있는 부모에게서 양육을 받은 게 아니라면 학위를 하는 인원은 더 적다. 그렇다 보니 이미 고등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 중 비시민권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벨기에 정부의 경우에는 벨기에 시민권자가 아닌 학생이 벨기에 소재의 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박사생의 경우에는 비자와 체류증을 받기 위한 과정도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 일부가 생략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또한 세금 혜택도 있으니 말을 다 한 것 같기도.

일단 박사생의 경우, 속하게 될 연구실과 학교에서 비자 발급을 위한 대부분의 서류를 준비해 준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가장 편리한 점인데, 당연하게도 주한 벨기에 대사관에서는 기관에서 당연히 서류를 발급해 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사생은 앞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계약서를 쓰고 월급을 받는 교직원의 위치에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의 월급과 기간이 적힌 계약서, 그리고 redevence visa를 비자 신청 시 접수하면 양국에 내야 하는 비자 수수료도 모두 면제 처리가 된다. 그런데다 이 서류로 재정 보증인을 따로 세워도 되지 않으니, 부모님의 소득 증명이나 현지에서 나를 경제적으로 보증해 주어야 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찾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현지에 와서 체류증을 발급받을 때도 박사생으로서 받는 이득이 좀 있었다. 내가 거주하는 브뤼셀의 경우에는 아예 박사생의 경우에는 서류가 간소화되는데, 단순히 일반 외국인과는 물론 학/석사생과 아예 준비해야 했던 서류가 달랐다. 예를 들어 학생으로서 국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따로 증명할 필요도 없었고, 재정 보증을 위해 학교 가상 계좌에 일정 금액을 따로 묶어 두었다고 증빙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종종 현지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부 구청에서는 무조건 프랑스어나 네덜란드어로 된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박사생은 영어로 서류를 내도 딴지를 거는 것이 없다. 그저 학교에서 받은 등록 확인서와 계약서, 그리고 건강보험 확인서만 들고 가면 따로 추가로 서류를 요구를 하는 것도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는 이런 식으로 온라인 연장을 할 수 있게 바뀌어서, 더 이상 구청 예약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구청도 생겼다. 또한 루벤(Leuven)이나 겐트(Gent) 등 도시가 대학 캠퍼스인 경우에는, 아예 학생 전용 창구를 따로 운영할 정도라고 하니 말을 다 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벨기에에서 외국인 박사생으로 살면서 가장 꿀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벨기에는 연말정산을 5월에 하는데, 그때마다 세금 신고를 위해 하나하나 서류와 내 현황을 확인하여 일일이 업로드를 해야 한다. 한국처럼 국세청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에 로그인을 했다고 내 정보를 모두 알아서 끌어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매년 세금 신고를 위해 일일이 서류를 찾아 필요한 부분을 업데이트하는 게 꽤 스트레스라고 다들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박사생의 경우에는 계약서에 기반하여 소득이 있는 교직원이나, 세금 혜택에 있어서는 학생 신분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는 데다, 소득이 장학금으로 처리가 되어 세금 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매년 세금 신고 관련 안내가 오면, 학교 재학 증명서와 계약서 한 부를 프린트하여 관련 부서에 우편이나 온라인 제출만 하면 되니 상당히 간단하게 일을 끝낼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2023년 내로 박사 학위 청구를 하게 된다. 졸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한편으론 좋은데, 이제 앞으로 학생 신분이 아닌 상태로 체류증과 세금 관련 업무를 보려니 앞이 좀 캄캄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사회에서 비시민권자 신분이나 편한 트랙으로 살아온 게 5년이 넘었는데, 앞으로도 학생을 조금만 더 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박사생 우대는 정말 꿀단지에 빨대를 꽂은 그런 느낌이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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