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돌리고 한 장] 던 필드·닐 데이비스 - 바이오코드
종합 / Bio통신원
이지아 (2022-11-29)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모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해준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매일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받아 검사 키트를 보내주는 이벤트였습니다. 개인 유전체 분석이 저렴해지고 있다고 들어오긴 했지만, 마침내는 무료로 풀릴 만큼 세상이 변한 것이 신기했습니다. 신청 시간 10분 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신청 1분 전부터 버튼을 우다다 눌렀습니다. 운 좋게도 사나흘 만에 신청에 성공했습니다. 함께 신청했지만 실패한 친구들에게 키트 사진을 보내며 자랑도 했습니다. 

분석 회사에 키트를 보낸 후 2주 만에 결과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삶의 1/3을 불면의 밤으로 보낸 저에게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드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운동 관련 유전자는 죄다 ‘취약’ 하다고 나와, 취미 운동가의 삶이 영 무색해졌습니다. 어떤 근거로 이런 진단이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것이 유전'체' 검사가 아니라 유전'자' 검사였음을 뒤늦게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유전자 몇 개를 선정해 제 유전체에 유전자가 있는지 PCR을 했겠지요. 유전체 서열 분석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겠지만, 아직은 앱 마케팅용으로 공짜 유전체 분석이 나올 만큼은 아니었던 겁니다.

‘바이오코드’는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 사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에 나오는 유전체 활용 사례는 연구를 넘어 스타트업, 사회 운동까지 다양합니다. 유전체로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요즘만큼 유전체를 비롯한 오믹스 연구가 활발한 시기에 2015년에 나온 책을 추천하기가 멋쩍긴 합니다. 현업에 계신 분들이 읽기는 낡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개인별 맞춤 의학은 물론 폴리네시아 카누 미생물총을 통한 고대 사회의 해양 교류 연구까지 사례가 워낙 다양해서 현재 어떤 연구를 하시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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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출처 알라딘


유전체 연구의 특별한 점은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파급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순식간에 선발이 끝나는 유전자 검사 이벤트가 보여주듯, 모두가 자기 유전체를 궁금해합니다. 64억 개 염기쌍에서 스스로 몰랐던 자신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책에도 유전체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본인의 유전체를 공개하면서도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만큼은 덮어두는 유명 인사부터, 자기 유전체를 재료로 하는 수업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스탠퍼드 대학생까지, 유전체는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바꿀 여지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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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유전체로 수업을 한다는 스탠포드의 유전체학 수업. 2015년 이후로 계속 하는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web.stanford.edu/class/gene210/)


유전체 연구는 개체 차원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인간 유전체보다 훨씬 큰 장내 미생물총 연구는 물론, 생태계 특정 공간의 생명체를 한 번에 동정해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바이오큐브 연구까지, 유전체 데이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로 매일 축적되고 있습니다. 저는 유전체는 물론 빅데이터 자체에 익숙하지 않아, 수많은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지 예측되지 않습니다. 책의 예시로 어렴풋이 가늠할 뿐입니다.

책에 나온 연구 중 제일 재미있는 사례는 판다의 유전체와 장내 미생물총 연구였습니다. 중국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BGI)는 판다의 유전체를 분석해 판다 식이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매일 대나무만 먹는 판다에게도 단백질 소화 효소가 있었습니다. 섬유소를 소화해 내는 효소가 없는 것도 평범한 곰과 같았습니다. 다른 점은 우마미 수용체 유전자에 있던 변이였습니다. 고기를 소화할 수 있어도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고기를 멀리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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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I에서는 국제 자이언트 판다 유전체 프로젝트(International Giant Panda Genome Project)를 하며 판다 유전체를 분석하고 특이점을 찾았습니다. (en.genomics.cn/en-project-1775.html)


섬유소 소화 효소가 없는데도 어떻게 대나무만 먹고 살 수 있을까요? 판다의 소화 능력은 다른 반추동물들처럼 장내미생물에 있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판다의 장이 반추동물들보다 훨씬 짧다는 것입니다. 판다 장 속 미생물은 빠른 시간 안에 대나무를 소화해야 합니다. 연구의 방향은 판다의 장내 미생물총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는 것으로 나아갔습니다. 곡물 껍질처럼 분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판다 미생물을 통해 바이오 연료가 된다면 경작지를 늘리지 않고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구 이야기입니다.

서열 분석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온갖 연구들도 오늘날에는 훨씬 빠른 분석법을 이용해 훨씬 많은 계산 자원을 사용해서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시기이니, 연구자분들께서 책을 읽다가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원하며 책을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유전체 연구 이야기가 연구에 매진하는 여러분에게 기분전환이 된다면 또 좋겠고요.

 

각주 및 참고문헌

- 유전자 검사 링크는 따로 올리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을 때와는 업체가 달라져서, 같은 유전자를 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판다의 장내 미생물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연구는 미시시피 주립대학의 애슐리 브라운 교수가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자료에 있습니다.

Williams, C.L.; Sparks, D.L.; *Brown, A. E. (2013) Could Panda Gut Microbes Power the Next-Generation Biorefinery. INFORM 24 (10). 630-632.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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