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험실 이야기] 우리는 정말로 연구 윤리를 잘 지키는가? (부제: 쥐돌이/쥐순아, 미안하다.)
종합 / Bio통신원
hbond (2022-08-30)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 전, 논문 표절 사건으로 뉴스의 사회면이 크게 장식되었습니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무슨 이유였는지, 또한 어떻게 매듭이 지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논문을 써서 제출하면 표절을 확인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몇 달 전에 어떤 저널에 논문을 제출했는데, 저널 쪽에서 답신이 오기를 '제출한 논문의 표절 검증을 위해 프로그램으로 확인 절차가 있을 것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이메일을 통해 통보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정말 조심해야겠다', '나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먼저 돌려보고 제출하는 게 좋겠다,'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한 일은 아닐지라도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직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학계가 이렇게까지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upload_image


학교의 Institutional Animal Care and Use Committee (IACUC)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관련 서류를 갱신하고, 보충 교육을 받으라고 합니다. IACUC, 동물실험을 하시는 분들에겐 익숙한 기관입니다. 동물실험에 대한 전반을 다루는 곳입니다. (동물 사용 활동의 검토 및 승인, 동물 시설 검사를 포함한 주요 감독 역할을 합니다.) 매년마다 실험 계획서를 갱신해야 하고, 그때마다 계획서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들은 서류 작업을 해야 합니다. 실험자의 건강 기록 공개 및 여러 가지 백신 기록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포함합니다. 이번에는 보충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으라고 하기에, '그냥 후다닥 시험을 통과하자'라는 마음으로 빠른 템포로 문제를 풀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분명히 규정에 의하면 '동물 실험을 피할 수 있는 다른 대체 방법에 대한 고민 및 노력을 해야 한다', 또는 '동물이 느끼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멈추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동물 실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나? 어떻게 하면 동물이 통증을 최소한으로 느낄지에 대한 방법을 강구해 보았나? 나는 이런 일에 대해서 지도 교수님과 논의를 해 본 적이 있었나? 또한 나는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었나?' 전혀 그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습니다. 항상 논문에 포함될 동물실험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러분 중 누군가는, 저를,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사람쯤으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에게, '한가하구나'라고 말해주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불필요한 생각일 수도 있고, 한가하니까 드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양심적으로 말하면, 저는 동물 실험자로서, 그런 진지한 생각을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동물실험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실험이었고, 제가 딱 걸린 것이었고, 급하게 일을 배워서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실험과 달리 동물실험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이라, 마음에 불편함이 늘 있어왔습니다. 동물실험실은 하필이면 지하실에 위치해 있습니다. 약학대학 지하에 위치한 동물실험실은 분위기도 음산하고(유리창을 빨간색으로 처리를 해 놓았습니다), 왠지 많은 동물들의 원한이 서려 있는 듯한 분위기에, 냄새도 쿰쿰하고, 여러모로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빨리 끝내자'를 목표로 정말로 실험을 빨리 끝내는 편입니다. 그리고 동물실험을 하고 오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지, 계속 그 일만 하라고 하면 아마도 새로운 일을 찾을 것 같습니다. (이 서술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동물실험을 전문으로 하시는 연구자분들에게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저는 원래 원자와 분자를 다루는 물리화학이 전공이다 보니, 동물실험이 개인적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동물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는 것도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교수님께, 동물실험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동물들의 숭고한 희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약물 개발 분야의 논문은 동물실험 데이터가 필수가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많은 논문들이 동물실험 데이터를 포함합니다. 최근에는 임팩트 팩터 4-5짜리 저널에 실리는 논문들 조차도 동물실험 데이터가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프로젝트 계획을 세울 때, '화합물의 합성 / 생화학 실험들 / 오믹스 데이터 / 동물 실험'이라는 큰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구체적인 실험들을 하위 목록으로 채워 넣습니다. 물론 저도 나름대로의 변명은 있습니다. 동물실험 대신 3차원으로 배양된 세포,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사실, 동물실험이 아닌, 새로운 대안으로써 오가노이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오가노이드의 사용이 이 분야에서 더 관심을 끌 것 같아서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고, 동물의 사용을 자제한 셈이 되긴 했지만, 원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오가노이드는 in vivo라고 보기가 어려워, 살아있는 생명체에서의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기엔 동물 실험만 한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으로 물고기를 키워서 쥐를 대체하려면, 그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시간과 돈, 그리고 물고기의 생명권은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아, 오늘의 글은 완전히 망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글은 마무리를 해야 하니, 이러면 어떨까요? '비록 지금은 딱히 좋은 대안, 묘수가 없더라도, 그렇다고 생각과 고민을 멈추지 말고, 잊혀질 만하면 또다시 생각해 보자, 그런 연속적 노력이, 언젠가는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지지 않을까?' 정도로요. 제 글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길 바라는데, 오늘은 여러분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아, 너무 죄송합니다. 그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추천 7
주소복사
댓글 (6)
Neuro08  |  08.30 12:26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아직 학부생이지만, 처음 닭 배아를 해부할때 묵념도 없이 막 진행하고 기분이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고양이 보호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있을까요?
쥐는 실험동물이라 죽여도 되고,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라 집사 만나 호강하나 하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을 읽어 더 와닿네요....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저도 동물실험을 최소화하여 좋은 논문 쓰고 싶고, 꼭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hbond  |  08.30 22:38     
Neuro08 님의 의견에 감사합니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을 하신다니 아무래도 더욱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실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브릭에는 많은 동물실험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처럼 쥐를 대상으로 하는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하면 엄살을 부린다는 얘기를 듣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동물실험 하는 곳에는 쥐말고도 더 큰 동물들, 심지어, 바로 옆건물의 동물실험실에는 영장류 실험도 한다고 들었거든요.
실험도 쉽지 않은데, 이런 고민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서, 고민을 애써 피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노력하고 하다 보면, 마우스 모델보다 더 효과적이고, 동물의 사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곧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마치 실험실에서 인공고기를 만들어 판매하듯이, in vivo 실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의견을 나눠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jinjjang  |  08.31 12:16     
언제나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저는 심장을 연구하는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따라서 심장세포가 주 실험재료라 쥐, 랫트 심장 해부를 참 많이, 자주 합니다.
본문의 내용처럼 이게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 저도 심장 적출 담당날만 되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ㅠㅠ
해부를 시작하려고 케이스를 여는데 어미 랫트가 새끼들 젖물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괜히 마음이 더 불편해져 다시 케이스를 닫고 잠시 시간이 흐른뒤에 시작하곤 하죠 .. ㅎㅎ
항상 하는일이 이런일들이다 보니 어느새 처음보다 해부에 익숙해져버린 저 스스로에 가끔 위화감이 들기도 해요. 그러면서 동물실험을 반대한다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딱 떨어지는 좋은 방안은 또 없는 현실에 답이 없어 막막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생각할수록 답은 없고 복잡해지는 문제인것 같고요.
네이버회원 작성글 공명  |  08.31 15:48     
여전히 많은 선배님들이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신다는 걸 알고 갑니다.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아직 학부생이고 멀리서 동물실험을 보는 입장이라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 것만 같았어요.
실험실의 다른 선배들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시고
오히려 너도 더 한 것도 할 것이다, 하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될 것만 같은데
너무 고민이 되어요. AI발전으로 빅데이터나 다른 걸로도 충분히 실험하기에는 부족한가 싶어지고.
원하는 분야이고 필수적인 실험이지만 자꾸 진로에 고민이 되는 것 같습니다.
hbond  |  08.31 23:19     
Jinjjang님, 의견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물실험을 하시네요. ㅎㅎㅎ. 기분좋은, 시원한 웃음을 드리는 글을 올려야 하는데, 진지한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
항상 방긋 웃으며, 즐거웁게 연구하고, 동시에 아름다운 Jinjjang님의 삶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hbond  |  08.31 23:27     
공명님, 학부생이라고 하셨는데, 대단하십니다. 학과 공부하기도 바쁜데, 연구실 생활까지 하시고, 참 부지런하신 분입니다. 다들 표현은 달리하셔도, 느끼는 부분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아무래도 모두에게 부담이 되죠. '진로에 고민이 되는 것 같다' 하셨는데, 저의 글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은 아닌가 걱정입니다. 어떤 일을 하셔도 그와 연관된 고민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외과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건 수술을 하는 것이 직업이니 얼마나 고민이 되겠어요. 또 수의사들 역시 다양한 동물들의 생명과 연관된 일들을 하고 있고요. 이렇듯, 생명과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음직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일, 공명님이 이 연구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혹은 인류에 엄청난 공헌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는데, 이 문제로 다른 일을 선택했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요? 제가 너무 과장된 가정을 한 것일까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고민과 걱정은 오늘에 족합니다. 편히 쉬시고, 내일 다시 힘차게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HOME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B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