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장비 이야기]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종합 / Bio통신원
분석장비 탐험가 (2022-07-12)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가 좋다.
이게 목구멍 타고 내려가면 바짝 조였던 정신은 풀린다.
이때 떠오른 상상력은 편협하지 않다.

밤에도 그립다.

하루의 모든 일을 보내며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는다.
이때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꿈과 같은 상상력을 내려준다.

하지만
밤 시간대 아메리카노는 부담스럽다.
일찍 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날 떠오르는 아침 기운을 받으며 산책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결국 밤에 즐기는 아메리카노는 디카페인으로 한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먹었는데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2009년 아카데미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영화 '다우트(Doubt)'를 보면, 인간은 끝없이 의심하는 존재란 걸 쉽게 알 수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잠이 안 오자 디카페인 아메리카를 의심한다. 정말 카페인이 없을까? 포장지에 쓰여있는 디카페인 글씨도, 벌써 내 목줄기을 타고 위에 안착한 갈색 액체도 모두 못마땅하다. 결국 카페인 유무를 찾는 방법을 찾는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카페인 시험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에 분석의 마지막엔 거의 분석장비가 등장한다. 카페인 시험(분석)법엔 액체크로마토그래피가 주인공이다.

나의 이야기로 주인공을 소개한다. 혼합물을 어떤 화학처리가 된 특별한 관에 세게 밀어준다. 그러면 혼합물에 포함된 성분들이 각각의 성질에 못 이겨 분리되기 시작한다. 분리된 성분들은 시간 간격을 두고 관에서 순차적으로 빠져나온다.

이는 마치 100m 달리기 시합과 비슷하다. 같은 시작점에 모여 출발했지만 선수들은 실력에 따라 순차적으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이처럼 커피에서 뽑아낸 물(혼합물)을 액체크로마토그래피에 넣어 달리기 시키면 성분들이 순차적으로 분리된다.

만약에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 중 카페인 선수가 없다면~?
그럼 난 의심이 충만한 환자다.
 

자외선흡광검출기
자외선 흡광 검출기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의 눈과 같은 존재다. 아무리 액체 크로마토그래피가 혼합물 안에 포함된 성분을 분리하는 데 소질이 있다고 해도 자외선 흡광 검출기가 없다면 눈 뜬 장님이다. 자외선 흡광 검출기는 물질이 빛을 흡수하는 속성을 이용한다.

물질마다 좋아하는 빛은 따로 있다. 카페인 경우 280nm 자외선 파장의 빛을 좋아한다. 우리도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갖고 싶듯이 물질도 흡수를 통해 좋아하는 빛을 갖는다.

카페인이 좋아해서 흡수한 빛의 양을 알아내면 카페인이 얼마큼 있는지 대신 가늠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자외선흡광검출기(DU Photometer)
세계 최초 자외선 흡광검출기는 Aronold O. Beckman이 1941년에 만든 DU photometer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DU photometer / (주)성현메디텍 진단검사의학 역사전시관 소장


겉보기엔 그냥 묵직하고 별 볼일 없는 검은 쇳덩이지만, 그 안에 정렬된 부품들의 역할과 그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조화를 아는 순간 나의 무지를 나무란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여기에 인류에 기여한 가치까지 알게 되면 다물어진 입도 열린다. 개발 배경은 한 편의 영화 소재로도 괜찮다. 어렸을 때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머나먼 정글'을 보면서 전쟁은 낮에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쟁은 낮보다 밤에 주로 했다.

세계 2차 대전 중, 미군은 야간 전투에서 자주 패했다. 미국 정부가 그 이유를 조사해 보니 군인들은 야맹증을 앓고 있었다. 야맹증은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지 않는 증상으로 체내에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발병한다. 안보이니 진 거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자료출처: Arnold O. Beckman 자서전 / (주)성현메디텍 진단검사의학 역사전시관 제공


군인들 식단을 조사해 본 결과 비타민 A의 함량이 권장량에 미치지 못했다. 야맹증 개선을 위해 시급히 식단에 비타민 A 함량을 높여야 했다. 하지만 식단에 비타민 A 함량을 너무 높이면 두통, 구토, 점상 출혈 같은 부작용을 동반했다. 더군다나 전시에는 모든 게 부족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의 비타민 A를 넣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비타민 A를 정량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비타민 A를 정량하는 방법으로 습식법*이란 게 있었지만 분석하는데 보통 21일 정도 걸렸다. (*습식법: 용액을 이용하여 성분을 분해하여 분석하는 것)
이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 상황에 적용하기엔 무리였다. 바로 이때 미국 비타민 관련 조사 기관은 비타민 A(레티놀)가 자외선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를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검출기가 절실했다.

이 절실함의 신호는 Aronold O. Beckman에게도 전달되었고, 마침내 세계 최초의 자외선 검출기인 DU photometer를 창조하게 하였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Anold O. Beckman 출처: Science History Institute

그의 자서전엔 이러한 이야기가 수북하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자료출처: Arnold O. Beckman 자서전 / (주)성현메디텍 진단검사의학 역사전시관 소장

Page 149~150에 담긴 DU photometer에 대한 내용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아메리카노 커피 덕분에 우리나라 광복을 도운 자외선 분광광도계를 만난다


여기엔 Beckman와 함께 Howard Cary란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Beckman Instruments(현재는 Beckman Coulter 임)의 전신인 NTL(National Technologies Laboratories)의 부사장으로 주로 제품 개발을 담당했다. DU photometer에도 그의 정밀하고 호기심 많은 손길이 닿았다. Beckman과 cary를 보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떠오른다. Beckman은 잡스와 같이 제품 기획, 마케팅, 사업화를 좋아했고, Howard Cary는 워즈니악처럼 제품 개발에 소질이 있었다.

엄밀히 보면 DU photometer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이 둘의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시대의 요구에 촉각을 세운 마케팅과 무한한 상상력을 신뢰한 기술이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물려 돌아갈 때, 피노키오처럼 생명을 잉태한 사물이 세상을 뚫고 나온다. 이렇게 DU photometer는 세상을 뚫고 나왔다.

그로부터 4년 지났다. 1945년에 미국은 승전국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광복했다.

오늘도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눈을 감자
Beckman과 Cary가 DU photometer를 연구하는 모습이 눈 넘어 저 편에서 보인다.
그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 나온 빛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내 귀를 관통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광복에 자기들도 함께 했다는 것을 귀띔하고 떠난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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