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험실 이야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종합 / Bio통신원
hbond (2022-05-19)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해마다 5월이면, 미국 대학들은 졸업식을 거행합니다. 졸업식 하면 graduation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시겠지만, 보통은 commencement라고 합니다. "시작"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가 졸업식을 가리키는 것은 난센스 같지만, 이곳에서는 졸업식을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원래 commencement는 시작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Inceptio에서 기원 되어... 죄송합니다, TMI는 금지하겠습니다. 아무튼, 졸업은 아주 기쁜 날입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목표였던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날이니까요. 저와 같이 연구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말썽을 부리던 학생이 졸업을 하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되고, 열심히 일하던 학생이 졸업을 하면 살짝 서운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들도 각자의 삶과 계획이 있는 것이니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학생들의 졸업식에 가지 않는 편인데, 지난주에 있었던 졸업식에는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학생 한 명이 졸업을 하는데, 이 친구가(편의상 A라고 하겠습니다.) 처음에 연구실에 들어올 때, 이 친구를 두고, 저와 지도교수 간에 설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은 아주 똑똑한 학생을 이미 받은 상태였고, A를 받아주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루는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A가 제 지도교수 이름을 거론하면서, 자신은 정말로 생물무기화학을 하고 싶은데, 허락을 안 해준다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 학과에서 일한 게 꽤 됐지만, 워낙 연구실에만 붙어 있는 사람이라 대학원생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끔씩 A를 오며 가며 보게 되었고, 아무래도 주의 깊게 하는 말이나 행동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모범생처럼 보였고,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새로 연구실에 들어올 신입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A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혹시 A라는 학생이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냐고 물으니, A에게 그런 말을 듣기는 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십니다. 며칠 후, 휴게실에서 A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그 연구실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만일 네가 정말로 들어오고 싶으면, 그냥 들이대라고 했습니다. "그만한 용기는 가지고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로 들이댔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님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보니, A학생, 괜찮은 것 같다. 꼭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입니다. 교수님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셨는데, 아무래도 합성화학을 하는 연구실이라, 성차별은 아니지만, 여학생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발언은 위험천만 하지만, 화학합성을 오래 하신 분들은 아마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것입니다. 일도 어렵고, 위험하며, 힘든 일이라서 끝까지 해 내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아무튼, 그랬던 A가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연구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팀원으로 자기의 몫을 다 해 주었고, 연구실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포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습니다. 그리고 헤어짐에는, 보통 상대에 대한 평가가 따르게 됩니다. 저에게 A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각자도 언젠가는 떠나게 되는데, 좋은 평가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미국의 다트머스 대학의 졸업 연설을 맡았던 코난 오브라이언은 연설 말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Work hard, be kind, and amazing things will happen." 우리 모두 언젠가, 떠날 때는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이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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