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험실 이야기] 연구실에서 당신의 평판은 안녕하신가요?
종합 / Bio통신원
hbond (2022-03-02)

연구실에서 당신의 평판은 안녕하신가요?



로만 폴란스키라는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테스(1979년), 피아니스트(2002년), 올리버 트위스트(2005년) 외에도 많은 걸작을 연출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매우 유능한 영화감독이지만, 미국에서 아동 성범죄자로 판결을 받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이 사람의 평가에 대해서 수많은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의 많은 부분은 정치와 관계없는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들과 네거티브 논쟁입니다. 우리 학계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과학자가 과학만 잘하면 되지 어떻게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의견부터, 그래도 학문적 성취 외에 학생지도, 연구실 운용 등등을 잘해야 한다는 다채로운 의견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된 웹사이트들도 생겨났습니다. 미국의 www.ratemyprofessors.com와 한국의 phdkim.net과 같은 곳에는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올려지고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과학자로서, 그리고 업무 외의 인간으로서 나의 평판은 어떨까요?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연구실은 연구자들이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내가 아무리 안 그런 척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내 진짜 모습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과연 과학자로서, 동료/친구/선후배로서 어떤 사람일까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과학자가 과학만 잘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래도 두루두루 잘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몇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일하던 연구실에 양복을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제 친구를 찾았습니다. 제 친구도 그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그들과 대략 1-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미팅이 끝나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은 누구이며, 왜 왔는지를 말이죠. 친구의 답을 듣고, 사실 저는 놀랐습니다. 그들은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 친구의 친구가 정부기관의 일자리에 지원을 했고, 제 친구를 추천인으로 기재했기 때문에 후보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추천인을 직접 찾아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전혀 학문적인 내용이 없었고, 그냥 친구로서, 동료로서의 답변을 듣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학교와 관련된 일자리를 지원할 때마다 추천서를 요청합니다. 보통은 3장, 많게는 4-5장 이상도 요구합니다.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언젠가 아는 교수님께서 조교수를 뽑는 위원회에서의 경험을 짧게 이야기해 주셨는데, 추천서에 있는 내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괜찮은데, 혹시라도 마이너스가 될 만한 것들이 포함되면 아무래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이라는 것은 학문적인 성취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추천서는 참 중요합니다. 어떤 경우는 학문적인 성과물이 적더라도 추천서가 좋으면 채용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보았습니다. 

최근 함께 일하던 질량분석기 전문가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는 질량분석 샘플을 보내고, 그에 대한 돈을 지불하지만, 그를 '함께 일하던 동료'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질량분석 능력과 성실, 정직, 그리고 우리의 연구에 대한 그의 놀라운 지원들 때문입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지금 하던 분석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우리끼리 모여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그를 대체할 인물이 있을까?',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그런 인물을 찾지?' 한 대학원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나의 연구를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어. 내가 모르는 부분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 일을 마칠 수 없었을 거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장소에서 언젠가는 떠날 것입니다. 자리를 옮길 수도 있겠고, 어쩌면 정년이 되어서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떠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입니다. 문제는 내가 떠날 때, 사람들의 평가가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립서비스만 풍성한 떠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하는 자리가 될 것인지 말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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