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험실 이야기] 논문을 투고한 이후
종합 / Bio통신원
hbond (2021-08-19)

논문을 투고한 이후


지난번에 쓴 글, "논문을 써야겠죠"라는 글을 올리고 난 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종류의 글은 논문을 아주 많이 쓰시고, 이쪽으로 잘 아는 분들이 쓰셔야 하는 것인데, 이제 겨우 논문 몇 편 써 본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한 권만 읽어본 사람이 위험하다'더니 바로 제가 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교수님들과 일을 해봤지만, 지금의 보스처럼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을 완전히 오픈해서 가르쳐 주신 분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옆에서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왕에 저질러진 일이니 끝까지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편집장 선에서 검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보통 2-3일, 혹은 1주일 이내로 결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의 경우는 1주일 혹은 약간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과정에서는 보통 커버레터로 결정이 난다고 하는데, 짧은 레터를 읽는 동안에 제출된 원고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일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말은 쉽지만, 쓰기는 어려운 법이죠. 아마도 이 부분은 각자가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넘기면 논문은 전공별로 특화된 부편집장 손으로 일임되고, 곧이어 두 명 (때로는 세 명)의 심판들에게 원고가 전달되어 심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오게 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1. 마이너 리비전, 2. 메이저 리비전, 그리고 3. 리젝이 있습니다. '수정 없는 출판'이라는 옵션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만, 저는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듣기로는 이 과정에서, 리비전이 아닌 항소를 택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경우, 심판들과 지루한 논쟁이 오가게 되고, 저자가 큰 힘이 없는 한, 패할 확률이 커집니다. 제가 속한 그룹에서는 심판들의 요청에 대해 최대한 수긍하고, 성심성의껏 리비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응답을 해야 합니다. 보통은 부편집장이 시간을 명확히 정해서 알려줍니다. 언제까지 응답을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원고 투고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럼, 이 과정에서는 무조건 "예스"만 말하고 논문 수정을 해야 되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심판의 요청이 억지스러울 때도 있고, 너무 과한 실험을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적당히 둘러대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부편집장 손에서 결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부편집장이 심판의 손을 들어주면 논문은 결국 리젝을 당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출판이 허락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비판적인 심판을 만나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데, 리비전을 거친 원고조차도 악평을 했습니다. 그때, 부편집장이 중간에서 직권으로 출판을 시킨 적도 있고, 반대로 리젝도 당해봤습니다.)

논문의 저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거친 평가에 마음을 상할 수도 있습니다. 제 옆의 동료가 받았던 아주 인상적인 평가는, 심판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리젝이라는 황당무계한 리뷰가 있었습니다. (진짜로 저렇게 심사평을 보내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저널이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는가 하시겠지만, 2019-2020 IF가 9.7의 저널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우리는 심판에게 대응하는 레터에서 정중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심판의 억지에 대해 대응했고, 결국 부편집장의 결정으로 논문이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겪었던 일도 이례적이었습니다. 한 명은 마이너 리비전, 다른 한 명에게서 리젝이라는 심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부편집장은 우리에게 리비전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그들의 요구에 대해 100% 리비전을 수행하여 응답했습니다. (정말이지 납작 엎드려, 모든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리젝을 주장했던 심판이, 다시 악평을 하면서 또 리젝을 주장했습니다. 이때, 다른 심판이 리젝을 주장하던 심판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과학계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매우 편협한 행동이라며 비난을 했습니다. 일순간에 논문 평가가 심판들 간의 논쟁이 되었고, 부편집장은 직권으로 출판을 허락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평가 방식이 싱글 블라인드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심판은 저자를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심판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익명성을 기반으로 비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폐단을 이유로 요즘에는 더블 블라인드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심판과 저자가 서로 익명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논문을 읽어보면 대략 누구라는 것이 짐작이 가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다 보면 마음이 헛헛해지고, 소심해질 수도 있겠지만,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양질의 논문을 내다보면, 이곳저곳에서 원고를 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학회에서 발표를 하다 보면,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있게 되고, 긍정적인 징조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물론 논문 인용수도 증가하게 됩니다. 

만일 새롭게 연구를 시작하시거나, 새로운 곳으로 커리어를 옮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단호히 유명한 대학의 유명한 교수님과 일할 것을 추천합니다. 분명히 그런 연구실에서 일을 하게 되면 논문 출판에서 얻게 되는 안 보이는 보너스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갑자기 교수님이 저널의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판의 판정에 항의를 한다거나 하는 극적인 효과는 아니더라도, 대가의 이름이 들어간 논문을 비논리적인 악평으로 대응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논문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을 정도로 case-by-case이지만, 그리고 어찌 보면 운이 있어야 하는 것 같지만(다른 연구실 교수님이 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데이터와 논리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논문을 출판하다 보면 서서히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논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참고문헌 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원고의 최종본은 여러 번 읽고 철자, 표기 오류가 없어야 합니다. 같은 논문을 여러 번 읽다 보면 나중에는 대충 읽기도 하는데, 항상 자세히 검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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