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C형간염 발견의 잊힌 영웅들(unsung heroes)
의학약학 / Bio통신원
양병찬 (2020-10-20)

절친한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발견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그중 한 명만이 노벨상을 받았다.
 

The 1989 discovery of the hepatitis C virus by George Kuo, Qui-Lim Choo and Michael Houghton (from left) was a triumph of new techniques and good old human perseverance

The 1989 discovery of the hepatitis C virus by George Kuo, Qui-Lim Choo and Michael Houghton (from left) was a triumph of new techniques and good old human perseverance. / LIZ HAFALIA/SAN FRANCISCO CHRONICLE/ ⓒ Protomag (참고 1)


바이러스학자 주구이린(朱桂霖)은 1980년대의 상당 기간 동안, 일주일 내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연구에 열중했다. 그 연구는 절망적이었다. 그와 두 명의 동료는 혈액공급을 오염시키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찾고 있었지만,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는 회사가 프로젝트를 접을 수 있다—따라서 그가 해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협력연구자인 조지 쿠오에게, 그 시기는 야근 때문에 가족과의 오붓한 식사 기회를 놓치던 시기이기도 했다. 쿠오의 회고에 따르면, 한번은 자정에 귀가하던 도중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San Francisco–Oakland Bay Bridge) 위에서 승용차가 고장나고 말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그때는 어려운 시기였고 일도 많았다." 주는 말한다. "그러나 매우 행복했다." 궁극적으로 그들의 연구는 성공하여, C형간염 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를 발견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발견은 '혈액 오염을 검사하는 방법'과 '대부분의 HCV 감염자를 치료하는 치료법'으로 귀결되었다.

올해 10월 5일, 그 프로젝트에서 朱의 상사였던 마이클 호튼은 HCV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참고 2). 朱와 쿠오는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 대학 교수,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 부소장,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로 구성된) 세 명의 수상자 명단에 없었다. 노벨상은 과학에서 최고의 영예로 간주되지만, 호튼은 노벨상—그리고 다른 명망있는 상—을 받으며 착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런 상을 받으면 한편으로 행복하지만," 그는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씁쓸하다. 왜냐하면 시상위원회에서는 연구팀 전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튼은 오랫동안, 두 명의 동료가 HCV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이론 대학교"

호튼는 1982년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바이오텍 업체 카이론 코퍼레이션( Chiron Corporation)에서 바이러스 사냥을 시작했다. 그 회사는 '학문적인 사풍(社風)'과 '첨단과학을 추구한다는 명성' 때문에 "카이론 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ron)"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HCV로 오염된 혈액수혈 때문에 매일 160명의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HCV는 간(肝)을 손상시키고 간암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간 검사 및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7,100만 명의 지구촌 주민들이 아직도 HCV에 감염되어 있다.

1970년대 중반, 연구자들은 간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바이러스(A형간염 바이러스와 B형감염 바이러스) 외에, 제3의 불가사의한 오염원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혈자를 감염시키는 요인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자들은 그 혈액매개질환(blood-borne disease)을 “비 A, 비 B형 간염(non-A, non-B hepatitis)"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만 해도, DNA를 쉽게 증폭해 주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올해 초 등장했던 SARS-CoV-2의 경우와 달리, 등장한 지 며칠 안 된 신종바이러스를 시퀀싱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호튼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대니얼 브래들리가 공급하는 '감염된 침팬지와 감염되지 않은 침팬지에서 추출된 샘플'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핵산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朱는 1984년 호튼의 연구실에 합류했고, 두 사람은 이내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오염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으므로, 연구팀은 수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연구실의 상급자로서, 호튼은 카이론의 관리팀 인원을 6주마다 한 번씩 다시 뽑아야 했다. 관리팀원 중 일부는 그 프로젝트가 돈을 낭비하고 있음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였다. "나는 종종 해고의 위협에 시달렸다." 호튼은 말한다. "그러나 그 당시 내 생각은 이러했다. '딴 일을 해 봤자 더 나을 것도 없다.'"

발상의 전환

호튼의 연구실 바로 옆 연구실에서, 1981년 카이론에 입사한 쿠오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단백질인 종양괴사인자(tumour necrosis factor)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朱와 호튼은 수년간 연구하며 수천만 개의 유전자 시퀀스를 분석했지만, 불가사의한 바이러스의 단서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는 朱가 실망하는 것을 본 쿠오가 몇 가지 조언을 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즉, 바이러스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탐지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쿠오가 제안한 방법은, 감염된 샘플에서 RNA 단편을 수확한 다음, 세균에게 발현시켜 풍부하게 증폭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비 A, 비 B형 간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청을 이용해 그 라이브러리를 검사해라. 바라건대, 감염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시퀀스를 인식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테니, 당신이 구축해 놓은 라이브러리에서 그 시퀀스를 낚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쿠오는 말했다.

브래들리도 그런 접근방법을 권했지만, 위험부담이 많아 보였다. 왜냐하면 「비 A, 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분리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튼은 망설였다. 그러나 1986년, 쿠오는 호튼을 설득하여 한번 시도해 보게 했다. 그러면서 프로토콜의 설계를 돕다가 결국에는 호튼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빅뉴스

세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밤새도록 연구에 몰두했다. 호튼은 감염된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혈청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그는 샘플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 시험관 바닥의 덩어리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DNA와 RNA를 수확하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뭔가 착오가 생긴 것 같았다. "이것 참 이상하군. 기름기 있는 핵산 추출물이라니!"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한 조수가 "싱크대에 버리는 게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호튼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작업을 계속했다. 잠시 후 朱가 노다지를 캤다. '기름기 있는 추출물'로 만든 호튼의 라이브러리에서,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듯한 핵산 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그 핵산 조각을 이용하여, 연구팀은 바이러스 유전체의 인접한 시퀀스들을 찾아낸 후 꿰어 맞췄다. 마지막으로, 쿠오는 그 정보를 이용해 (감염된 혈액을 검사하는) 검사법을 설계했다. 1989년, 연구팀은 《Science》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바이러스—그들은 이것을 C형간염 바이러스(HCV)라고 명명했다—의 분리에 관한 것이고(참고 3), 다른 하나는 검사 절차를 기술한 것이었다(참고 4).

그 발견은 엄청난 빅뉴스였다. 그러나 朱가 한 워크샵에서 결과를 발표했을 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 듣보잡은 누구죠?'"라고 朱는 회고했다. 그게 바로 연구실의 위계질서였다. 호튼이 보스(supervisor)의 자격으로 대외활동을 하는 동안, 朱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실험에 몰두했던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 볼 수밖에.

그 즈음, 쿠오가 개발한 검사법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1988년 말, 일본의 천황 히로이토는 쿠오의 검사법을 통과한 혈액을 최초로 수혈 받았다. 그 기법을 더 널리 사용하기 위해 일본은 1989년, 미국은 1990년에 특허권을 인정했다.

한편, HCV 발견은 치료법의 길을 열었다.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90% 이상의 C형간염 환자를 치료하는 약품을 승인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연구팀들이 C형간염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제한된 인정

그 이후 수많은 명망있는 상들이 'HCV 발견' 뒤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과학자들의 공로를 인정했다. 많은 상들이 호튼에게 수여되었고, 호튼의 노력으로 朱와 쿠오도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13년, 호튼은 Can$100,000(US$75,000)의 상금이 걸린 가드너상(Gairdner Award)을 거부하는 이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브래들리와 자신을 수상자로 결정한 가드너 재단에 '朱와 쿠오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상과 상금을 미련없이 포기했다.

그러나 호튼은 노벨상을 받아들였는데, 그 이유를 '세 명에게만 상을 주는 오랜 규정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이 상을 받을 경우, 발견의 전체적인 의미가 훼손된다"라고 그는 아쉬워했다. 그리고는 (HCV 발견과 C형간염 치료법 개발에 기여한) 대여섯 명의 과학자들을 거론하며, "그들 모두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C형간염은 많은 사람들의 협동적 노력의 결정판이다"라고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랄프 바텐슐라거(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는 HCV 연구자로, 일부에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쿠오, 朱, 브래들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노벨상 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한다. "알터가 「비 A, 비 B형 간염」이 감염된 환자의 혈액에서 침팬지에게 전염될 수 있음을 증명한 후, 호튼 팀이 그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혔고, 라이스와 동료들은 HCV가 단독으로 간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늘 어렵다"라고 바텐슐라거는 말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세 사람(알터, 호튼, 라이스)을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실망했다." 쿠오는 말했다. "오늘날과 같은 협동적인 팀기반 과학(collaborative and team-based science)의 시대에, 수상자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그러나 그는 노벨상이 결코 목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나는 '지구촌 주민들을 돕고, 종종 그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는 꿈을 먹고 살았다. 또한 내 아이들에게 '열정을 느끼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무슨 느낌이 들었냐는 질문을 받자, 朱는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나는 행복했다," 그는 울먹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없다'는 사실은 '그의 연구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한 세대의 분자바이러스학자와 임상의(臨床醫)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진리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의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매우 자랑스럽다." 朱는 말했다. "자랑스럽지 않을 이유가 뭔가?"



※ 참고문헌
1. http://archive.protomag.com/assets/out-of-the-shadows-hepatitis-c2679.html?page=1
2.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2504&SOURCE=6
3. https://doi.org/10.1126%2Fscience.2523562
4. https://doi.org/10.1126%2Fscience.2496467

※ 출처: Nature 586, 485 (202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932-y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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