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상식 바로잡기] 큰 산불을 막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르기도 한다
오피니언 / Bio통신원
서규원 (2020-10-15)

우리나라는 매년 봄가을이 되면 산불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전국적인 캠페인을 실시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불조심 포스터/표어 공모전을 열어 시상하기도 했는데, 30년 전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에도 했던 기억이 있으니 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은 꽤 오래 전부터 중요하게 다뤄져 온 듯하다. 실제로 해방 직후인 1946년 공모전이 처음 시작됐다고 하는데 당시 활용된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같은 표어들이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었다. 이 두 표어를 합쳐서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라는 표어를 당시 서울시 소방국에서 사용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무려 70년도 넘은 것이다. [1] 

산불이 나려면 연소의 3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연소란 연료 중의 가연성성분(탄소, 수소, 황)이 산소와 화합하여 산화되는 현상을 말하며, 연소의 3요소는 가연성 연료, 산소 그리고 점화원(불씨)를 말한다. 연소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연소의 3요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충족되어야 하며 3요소 가운데 하나라도 제거될 시에 소화반응이 일어난다. [2] 연소의 3요소에 추가적으로 자립연쇄화학반응이 더해지면 화재의 4요소가 된다. 자립연쇄화학반응은 연소가 일어난 상태에서 불이 다른 미연소 재료로 옮겨 붙는 반응을 의미하는 것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산불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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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lements of fire comustion, 연소의 3요소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10년 동안의 산불 발생현황은 약 4,400건에 달하며 발생원인의 대부분이 사람들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고 한다. [3] 우리나라 국토의 2/3 이상은 산으로 이뤄져 있어 산불에 의한 피해 사례는 오래 전부터 전해져 왔다. 공식적인 최초의 사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으며 1489년 성종 20년에 양양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근래에는 2000년 동해안 산불과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이 있는데, 2000년 산불은 강원도 고성의 군부대에서 쓰레기 소각 도중 불씨가 인근 산으로 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5년 산불은 입산자의 실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두 산불로 인해 소중한 산림자원을 잃었을 뿐 아니라 2005년에는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을 비롯한 문화재까지 잃게 되었다. 위의 두 사례에서 산불이 크게 번질 수 있었던 이유는 26m/s에 달하는 풍속과 4월 초의 건조한 기후 때문이었다. 3-4월의 건조한 기후는 숲을 이루는 나무의 수분함량을 낮추는 원인이 되었고, 더군다나 국내 삼림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침엽수들은 불이 번지는 것을 더욱 가속화하였다. [4] 소나무, 잎갈나무, 잣나무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침엽수 가운데 특히 소나무에서 발생하는 송진은 가연성 불포화탄소인 테르펜(terpene)을 함유하고 있어 소나무에 불이 붙었을 경우에 기름과 같은 역할을 하여 불이 오랫동안 지속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 [5]

지난 9월 발생한 호주의 산불은 6개월 가까이 지속되었는데, 호주 소방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압되지 않았고, 올해 2월 일주일간 내린 폭우 덕분에 산불이 공식적으로 종식될 수 있었다. [6] 이 산불로 인해 1,100만 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되었고 약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었으며, 특히 코알라는 기능적 멸종 위기(개체수가 크게 줄어 생태계 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에만 8,300건의 산불이 발생하였고, 현재에도 23개의 대형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고 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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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fire in CA, USA. Photo by Nikolay Maslov on Unsplash

 

산불의 발생 원인이 대부분 사람에 의한 것이지만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연소의 3요소는 연료와 산소 그리고 불씨인데, 산에는 연료와 산소가 항상 풍족한 상태이므로 불씨만 있으면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 보통은 사람들의 부주의한 실수로 인해 불씨가 발생하지만 낙뢰 혹은 마른 나뭇잎들 간의 마찰로 인한 자연발화의 가능성도 있다. 이는 철저한 예방교육이 실시되더라도 불가피하게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의 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산불의 통제가 어려운 이유는 불이 났을 때 도심과 달리 소방차량이 진입하기에 적합한 지형이 아니며, 주변에 가연성 재료들이 많고 바람을 타고 불씨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이 크게 확산되기 전에 초기 진화가 중요하며, 산불의 발생이 예상되는 곳에 방화수, 방화사 등을 배치하여 직접소화를 통한 산불의 확산을 막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산불의 빠른 확산속도 때문에 직접소화방법으로 진화가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지형, 풍향 등을 고려한 적절한 장소에 소화전을 미리 설치해두고 맞불을 놓아 진화하는 간접소화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강팀을 상대로 약팀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할 때 맞불을 놓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불을 끄기 위해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물을 뿌리는 것보다 통제 가능한 조건에서 불을 놓아 탈 재료들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는 통제가 안 되는 큰 불을 잡기 위해 통제가 되는 작은 불을 놓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름과 같은 유기성 용매에 불이 붙었을 경우에는 물을 사용하여 불을 끄려고 하면 안된다. 물과 기름의 분리되는 성질로 인해 기름이 물 위에 뜨게 되어 불이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광대한 삼림을 보유한 나라들은 기후가 건조한 계절에 발생하는 산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산불을 방치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들 나라의 정부가 통념과 어긋나는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맞불을 놓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제된 상황에서 불을 질러 산불이 났을 경우 더 크게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fire hazard reduction program(FHRP) 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들은 연소의 3요소 가운데 연료를 미리 제거하기 위해 불을 지르거나 간벌작업을 통해 나무의 조밀한 개체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지만 역설적이게도 산불이 오히려 유익한 경우도 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지나치게 밀집된 지역은 다양한 종이 공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며, 나무가 너무 빽빽이 존재하면 토양의 질이 떨어져 비옥도가 낮아질 수가 있다. 이 때 자연적인 산불로 인해 이러한 밀집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나무에 집중되어 있던 영양분이 토양으로 돌아가 토양의 비옥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나무에 가려 자라지 못한 초목들이 생길 수 있고 이를 먹는 초식동물들의 개체도 자연히 늘게 되어 숲의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호주에는 산불에 최적화된 숲이 있는데, 세쿼이아라는 나무와 방크스 소나무는 생식을 위해 고온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통제된 상황에서의 불이 오히려 숲을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불 예방을 위해 송진을 만드는 소나무의 벌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와 같이 일부러 불을 지르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겨울철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특징을 갖는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불에 의해 소실된 산림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되지 못하고 황무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건조한 기후를 갖는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산불의 영향도 더 커지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 그리고 이제 다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산림청 홈페이지의 문구를 다시 마음에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불은 방심한 사이에 붙으며 알아차렸을 때는 겉잡을 수 없이 번질 수가 있다.

‘아무리 애써 가꾼 산림도 산불이 나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이를 다시 원상복구 하는데는 40년에서 100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막대한 노력과 비용이 투자 되어야 합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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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산불 발생현황, 산림청

 



[1] 권수현, “최고령 현역 불조심 표어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불도 다시보자’, 2020-07-02,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702065300530
[2] Lee, Ju-Yeong. "이달의 안전교실-유해위험 작업안전 (화재. 폭발 사고)." The Safety technology 190 (2013): 50-54.
[3] 산림청, “산불의 원인 및 영향”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2_02_01_03_01&cmsId=FC_001153
[4] 김정수, “국내 산림 40% 침엽수림 온난화로 생장 저하 등 타격”, 2016-01-21,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27233.html#csidxac5703f46868b60aedfabe7a2614fcd 
[5] 최새미, “봄철 산불 예방하려면 소나무 베라?”, 2014-03-02, 동아사이언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896
[6] 라효진, “호주 소방당국이 6개월 만에 산불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2020-02-14, 허프포스트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e4629adc5b64433c613f223?utm_id=naver
[7] 김기혁, “남한 면적 16% 불탔다...미 캘리포니아 산불 규모 역대 최대”, 2020-10-06,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1Z90YLVOR7

 

그림 출처

# fire triangle, https://www.enggcyclopedia.com/2011/10/combustion-basics-fire-triangle-tetrahedron/

 

*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신 경규승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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