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소설로 읽는 과학이야기 43. 『판옵티콘』
종합 / Bio통신원
과학작가 박재용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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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 어렸을 적부터 잘 하는 건 달리기뿐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육상부에선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다. 물론 나보다 잘 달리는 녀석들도 쎄고 쎘다. 학교에서나 인정받는 거였고 시도대회에 나가면 잘해야 동메달이었다. 
결국 고등학교부턴 육상부를 때려 쳤지만 이미 늦었다. 공부와는 담쌓고 산 내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간 것부터 글러버린 일이었다. 졸업하고 바로 군대 갔다 와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여기저기 알바를 다니며 시간을 축내는 내게 화끈한 제안이 들어왔다. 이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지. 

저녁 8시 시간이 얼추 다 되었다. 사내는 축대 옆 전봇대 아래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면서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노란색. 자율주행택시 한 대가 나타나더니 한 20미터 앞에서 멈추었다. 베이지색 쉬폰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내렸다. 손에는 핸드백 하나가 쥐어져있었다. 
사내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담배를 버리더니 뛰기 시작했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좋아 손을 뻗어 여자의 핸드백을 낚아챘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쓰러진다. 사내는 힘껏 달린다. 달리는 건 언제나 좋아. 이렇게 돈이 될 땐 더 좋지. 골목 몇 개를 지나 상가 골목이 나타나자 사내는 뛰기를 멈추고 좌우를 살피면서 잽싼 걸음으로 걷는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지. 열심히 달아나는 모습을 보여야 돼. 

얼마 뒤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빌딩 지하 아케이드 화장실에 도착했다. 늦은 밤 지하 아케이드 화장실엔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맨 끝 칸에 들어간 사내는 핸드백에서 1kg 골드 바 두 개를 꺼내 확인하고 칸막이벽을 두드린다. 똑똑똑 다시 똑똑똑. 약속한 응답이 왔다. 똑똑 잠시 쉬더니 똑똑똑 다시 똑똑. 사내는 골드바를 다시 핸드백에 넣고, 옆 칸으로 건넨다. 

2
네 다음 순서는 사건 현장24시의 권순호 기자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사건 소식을 가지고 오셨나요. 

네 오늘은 좀 특이한 사건입니다. 아 사건 자체는 특이하지 않은데 해결 과정이 특이하다고 할까요? 어제 저녁 8시경 강남역 뒤쪽 국립어린이도서관 근처에서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범인이 뒤에서 덮쳐 명품 핸드백을 탈취해서 달아난 사건이었습니다. 

아 피해자가 다치거나 한 건 아니고요? 

네 핸드백을 탈취당하는 과정에서 살짝 긁힌 것 외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습니다. 핸드백에도 특별한 귀중품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주 특별한 사건은 아닌데요. 

그렇지요. 그런데 이 범인의 검거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마침 피해자가 핸드폰을 다른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도망친 후 바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강남경찰서에선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인 추적 시스템이 마침 테스트를 위해 도입되어 있었지요. 

아 그럼 

네 인공지능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시죠. 
먼저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인공지능 컴퓨터에 피해자가 알려준 범인의 인상착의를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저녁 8시라서 어두웠는데다 범인은 비니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서 얼굴을 파악하긴 힘들었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주변의 CCTV가 클라우드로 보낸 동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현장 반경 200미터의 모든 CCTV를 훑어보고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셋 정도로 좁혔습니다. 그리고 다시 동선 흐름 등을 파악해 한 명을 특정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주변 CCTV를 통해 촬영된 다른 사람들의 개인 정보 또한 전혀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CCTV에 찍힌 범인의 동영상을 시간대별로 파악하면서 범인의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사방 100미터의 CCTV를 계속 관찰했다고 합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부터 강남역 사거리 부근으로 이동하였고, 다시 논현역 쪽으로 이동한 후 모 빌딩의 지하 아케이드로 들어간 것으로 CCTV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지하 아케이드의 통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범인이 공용 화장실로 이동한 것까지 확인합니다. 

여기서부터가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화장실로 들어간 이후 화장실 안은 추적이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곳이다 보니 CCTV 설치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니까요. 그리고 통로의 CCTV를 통해서 감시를 했는데 동일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나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실제 경찰이 감시하는 것이 아니니 보통의 경우 여기서 용의자 추적이 막힐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전 추적 과정에서 이미 용의자의 키와 대략적인 몸무게를 파악하고 있었고 특히나 용의자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달리거나 걷는 과정의 특정 패턴을 파악한 다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옷을 바꿔 입고 모자를 벗고 탈취한 핸드백을 두고 나온 용의자를 바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범인의 추적과 이를 위한 CCTV 촬영본 파악에 인간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스피커로 현재의 과정만을 알려줄 뿐이었지요. 
범인이 두고 온 핸드백을 소지하고 나온 사람도 CCTV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화장실 주변 통로의 CCTV를 통해 용의자가 나온 후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의 전과 후를 비교해서 해당 핸드백을 소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특정한 것도 인공지능이 한 일입니다. 인공지능은 이후 용의자와 공모 용의자를 동시에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약 한 시간 뒤 용의자는 건대 부근의 원룸촌으로 향합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지하철 주변의  CCTV와 주변을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의 카메라가 보낸 영상을 저장한 클라우드를 통해 계속 추적을 하지요. 결국 5층짜리 원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합니다. 

그런데요. 요사이 CCTV엔 녹음 기능도 있다는 것 아시나요? 그 원룸에는 현관에 하나 그리고 주차장에 하나 이렇게 두 개의 CCTV가 있었는데요. 녹음 기능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두 대의 CCTV가 보내온 녹음 파일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같은 사람은 전혀 불가능하고요. 음파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지요. 이를 통해 용의자가 삼층 중간 지점까지 이동한 후 방문을 열고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이때 인공지능은 범인 검거를 추천합니다. 이에 따라 강남경찰서는 광진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하고, 광진경찰서 기동대가 해당 원룸을 찾아가 범인을 검거한 것이지요. 

와 엄청나네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한 후 강남경찰소로 압송해서는 용의자를 심문실에 데려가서는 혼자 둡니다. 용의자 앞에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만 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사생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니터에선 용의자가 움직인 과정을 모아 편집한 화면이 시간 순서대로 나왔고, 그걸 본 용의자는 모든 걸 순순히 털어놨다고 하더군요. 

범인은 20대 남성으로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요사이 일이 없어서 곤궁하던 차에 친구와 공모하여 명품 핸드백을 절도하는 걸 모의했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 육상부를 해서 도주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더군요. 

네 참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말씀하시긴 했는데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와 CCTV를 이렇게 이용하면 개인의 사생활이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우려가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번에 새로 구성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바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도입된 것입니다. 범인 추적의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만이 CCTV로 촬영한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그 과정에 끼어들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지요. 증거능력을 위해서 범인이 이동하는 과정을 따로 편집해서 새로운 동영상을 만듭니다만 이 과정에도 사람은 절대로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과정을 처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지웁니다. 오직 범인과 주변의 건물만 나오도록 편집됩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범죄 용의자와 기소한 검사 그리고 재판관뿐입니다. 이들도 동영상을 저장하거나 따로 캡춰할 수 없고 정해진 재판장소에서 오직 열람만 가능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권순호기자였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려고 지금 마음먹고 있는 분들 정말 마음을 고쳐먹어야겠습니다. 이제 범죄 사각지대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듯합니다.

3
초범에다 피해자가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잡혀도 집행유예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생각대로 그는 두 달 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구치소 밖에서는 공범으로 잡혔다가 기소유예로 석방된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부 줄까? 
됐다. 담배나 한 대 다오. 

친구가 건넨 담배에 불을 당겨 한껏 피운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핑 도네. 그래 골드바는 처분 했어? 
응 시세가 조금 뛰어서 일억 이천만원 정도 받았다. 
흠 두 달 살고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 너 이천 주면 되지?
그래. 나도 너 덕분에 숨 좀 텄다. 

4
정보통신 전문 인터넷 미디어 이크데일리에 작은 기사가 떴다.
강남 국립어린이도서관 절도사건 범인 체포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인공지능 범인추적 시스템을 개발한 판옵티콘시스템은 전국 경찰서에 시스템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했으며, 현재 10여개  국의 경찰에 시스템 도입을 요청받았다. 판옵티콘시스템의 주식은 아직 상장되지 않았지만 한 주에 50여 만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작년에 비해 약 500% 늘 것으로 예상되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며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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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Panopticon) 또는 판옵티콘, 패놉티콘, 팬옵티콘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을 말한다.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벤담이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이 말을 창안했다.

벤담은 자신의 제안서에서 이 감옥의 본질적인 장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 "진행되는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파놉티콘" 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하였다.

푸코의 파놉티콘

벤덤의 개념은 실제 감옥 건축에서 보다 철학적으로 더 고찰의 대상이 되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 1975)에서 벤 담의 파놉티콘 개념을 다시 부활시키고 고찰하였다. 푸코에게 있어서 파놉티콘은 벤덤이 상상했던 사설 감옥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근대적 감시의 원리를 체화한 건축물이었고, 군중이 한 명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는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한 명의 권력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규율 사회'로의 변화를 상징하고 동시에 이런 변화를 추동한 것이었다. 푸코의 파놉티콘은 현재 정보화 시대의 '전자 감시'와 많이 흡사하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감시와 통제의 방법이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폐쇄 카메라,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 결재나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 정보의 수집이라는 형태로 널리 사용되었다. 푸코에게 파놉티콘은 근대 "권력"을 아주 잘 설명해주는 장치다. 파놉티콘을 통해 새로운 권력행사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보았다. 파놉티콘에서 고찰한 푸코의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것이며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으로 보았다.

정보 파놉티콘

정보 파놉티콘이란 전자 기기를 이용한 감시 체계를 가리키는 말로써 전자 파놉티콘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벤담의 파놉티콘에서의 '시선'을 대신해서 규율과 통제의 기제로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감옥의 통제와 규율의 기제는 '시선'에서 '정보'로 진화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보 감시는 시선에 근거한 감시 메커니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벤담의 파놉티콘과 정보 파놉티콘은 '불확실성'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파놉티콘에 갇힌 죄수가 자신이 감시를 당하는지 아닌지 모르듯이, 전자 파놉티콘의 정보망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이에 의해 열람될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작업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수퍼 파놉티콘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포스터 (Mark Poster)가 주장한 수퍼 파놉티콘은 감시체제가 피감시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거대한 컴퓨터베이스'라고도 불리는 이 수퍼 파놉티콘의 중요한 특성은 '감시를 당하는 사람이 감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퍼 파놉티콘에는 '신중하게 설계된 건물도, 범죄학과 같은 과학도, 운영을 위한 복잡한 장치'도 필요없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이 시스템 아래에서 피감시자의 자발성이 가능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의 신상, 상품구매정보를 알려줄 때, 편리함과 같이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을 고려하지 이것이 자신의 소비성향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고, 이 정보가 광고회사나 기타 정부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에 의한 감시 또한 공적 이익을 도모한다는 명분아래 시행된다. 또한 이는 생산적인 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 위키백과에서 발췌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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