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올림픽] 엘제아르 부피에의 숲
생명과학 / Bio통신원
건빵 (2019-11-22)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원작소설이 아닌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림 1) 접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전후로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가상의 인물이 홀로 30여 년간 나무를 심어 한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바꾸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냅니다.

"나는 노인에게 30년 뒤면 만 그루의 참나무가 굉장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은 하느님께서 목숨을 부지하게 해 주신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많은 나무를 심을 테니 그 만 그루는 바다의 물 한 방울과 같을 거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노인은 이미 너도밤나무 재배법을 공부하며, 집 근처에서 어린 너도밤나무 묘목을 가꾸고 있었다 (Jean Giono, 1953)."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이 책을 건네 받고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학부에서 산림학을 전공했고, 재작년에 독일로 유학을 오게 됐죠. 지금 제가 있는 곳은 바이로이트라는 작은 대학도시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30여 명의 학생과 함께 Global Change Ecology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읽게 되실 것은 기후 위기 앞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졸업논문을 써보고자 하는 저의 이야기입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림 1. 나무를 심은 사람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1987 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and Radio-Canada co-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Source: Collection Cinémathèque Québécoise

유학을 올 이유는 많았습니다. 독일은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처음 정립된 곳입니다 (김화임, 2015). 학문으로서 '임학'이 처음 시작된 나라 중 하나이며, 높은 임목축적과 임도밀도로 인해 - 다시 말해, 단위면적당 기대되는 목재 수확량이 많고 산림 내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어 - 산림경영 관점에서 항상 '임업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좋은 얘기만 들었었는데, 막상 와보니 선진적인 독일의 숲에도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독일 국토의 1/3가량이 (남한 면적과 비슷합니다) 숲인데, 이중 가문비나무(Picea abies)와 소나무(Pinus sylvestris) 숲이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BMEL, 2014). 독일의 숲은 관리가 잘 되어 왔지만, 생태적으로는 독과점의 상태라는 겁니다.

두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은 마치 기둥이 둘 뿐인 집과 비슷합니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외부의 충격을 받았을 때 기둥이 넷이나 여덟인 집보다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최근 수년간 가뭄과 고온 및 소나무좀에 의한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특히 2018년과 2019년 여름에 유럽을 강타한 열파는 기둥이 둘 뿐인 독일의 숲을 거세게 흔들었습니다 (그림 2).

2018년 8월 31일 기준 2000-2013년 평균값 대비 정규식생지수
그림 2. 2018년 8월 31일 기준 2000-2013년 평균값 대비 정규식생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정규식생지수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높은 에너지 흡수량 및 광합성량을 의미함. 이를 통해 식생의 활력도를 유추할 수 있음. Source: NASA Earth Observatory map by Lauren Dauphin, using MODIS data from LANCE/EOSDIS Rapid Response
1850-2018년 지구 온난화 줄무늬
그림 3. 1850-2018년 지구 온난화 줄무늬 (Warming Stripes for GLOBE from 1850-2018). 1971-2000년 평균 온도보다 낮았던 연도는 파란색, 높았던 연도는 빨간색으로 표시. Source: showyourstripes.info
기후변화 A1B 시나리오 상에서 유럽 산림의 변화를 예측한 연구
그림 4. 기후변화 A1B 시나리오 상에서 유럽 산림의 변화를 예측한 연구 (Hanewinkel et al., 2013). 좌측은 과거(1950-2000) 우측은 미래(2070-2100). 중부유럽의 경우, 기존의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 가문비나무, 참나무(Quercus petraea), 그리고 소나무 숲의 분포가 크게 축소.

지난 130여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 (NOAA, 2018), 독일의 평균기온은 약 1.5℃ 상승했습니다 (DWD, 2018). 안타깝게도 이런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고 (그림 3), 이제 독일의 숲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본적인 수종의 다양성이 낮은 것 자체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이 심겨 있는 가문비나무와 소나무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 매년 여름이 지날 때마다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엘제아르 부피에는 그의 숲의 주로 참나무, 너도밤나무, 그리고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숲이 - 알프스 자락, 프로방스 지방 어딘가에 - 실제로 존재한다고 상상했을 때, 그의 후손들은 이제 그 곳에 같은 수종을 심을 수 없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피해간 그의 숲이지만 기후변화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4). 더 큰 문제는 그 누구도 30년 뒤의 기후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요? 실마리를 얻기 위해 저는 지난 4월부터 바이로이트의 시민들과 함께 '기후숲'을 가꾸고 있습니다 (사진 1). 1헥타르의 땅에 자라던 기존의 가문비나무와 소나무를 솎아내고 11종의 새로운 수종을 심었습니다. 어떤 종이 가장 잘 적응할까요? 무엇이 서로 다른 종들의 가뭄에 대한 반응을 결정할까요? 바야흐로 독일 숲의 미래를 결정할 '나무올림픽'의 막이 올랐습니다.

바이로이트 기후숲 (Klimawald Bayreuth) 프로젝트
사진 1. 바이로이트 기후숲 (Klimawald Bayreuth) 프로젝트. Photo: 채아람

참고문헌

김화임, 2015. 지속가능성 (Nachhaltigkeit) 개념의 형성사: 18 세기 독일 산림학 이론과 실제에서의 의미내용을 중심으로.

Federal Ministry of Food and Agriculture (BMEL), 2014. The Forests in Germany: Selected Results of the Third National Forest Inventory.

Hanewinkel, M., Cullmann, D.A., Schelhaas, M.J., Nabuurs, G.J. and Zimmermann, N.E., 2013. Climate change may cause severe loss in the economic value of European forest land. Nature Climate Change, 3(3), p.203.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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