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팩트를 물다] 오래 만진 슬픔! 비자림로 2.9Km.. 얼마면 되니!
오피니언 / Bio통신원
강지혜 (2019-09-19)

이번 시간에는 제주도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 공사 사례를 통하여 과잉관광(overtourism)을 위한 개발의 필요성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하여 생각을 공유한다.


한국생물과학협회는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생물종다양성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필자는 행사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에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만났다. 컨벤션센터 로비에는 ‘비자림로 서식지 보존’ 피켓팅으로 인하여 작금의 생물다양성 난제가 여실히 드러난 반면, 각종 학회에서는 생물다양성 연구 성과를 환대하느라 물과 기름처럼 분절된 풍경이 연출되었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 나오는 글귀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에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비자림로 서식지 보존을 위한 그들의 절절한 사연은 결국 ‘내 문제’로 전이되어, 그동안 부서져 왔고 앞으로도 지난한 투쟁에 부서지기 쉬울 그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나는 그들의 부서지는 마음과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의 크기를 ‘환대’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나마 글 모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한국도로공사 제18회 길사진공모전

사진: 한국도로공사 제18회 길사진공모전, 일반도로 부문 대상

비자림로는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에서 봉개동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27.3km의 1112번 지방도로이다.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지역이 국립 제주 목장(현 송당목장) 부지로 선정된 후, 축산 운반용 도로가 필요함에 따라 1967년부터 1980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도로 확·포장 공사를 진행하여 너비 9m, 포장 6m, 왕복 2차선 도로가 개발되었다. 도로 명칭은 1979년 ‘동부축산관광도로’로 명명되다가, 1985년, 비자림로 구간에 수령이 500~800년생인 천연기념물 374호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여 ‘비자림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1 푸르른 삼나무 숲과 은빛 물결 억새밭의 풍경을 담은 비자림로는 2002년 건설교통부가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도로 대회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비자림로

사진: 제주환경운동연합

그러나 현재 제주도는 비자림로 구간의 일부인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km 구간의 왕복 2차선 도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비자림로는 경관보전지구 2등급에 포함되며, 비자림로 공사 시,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선족이오름을 훼손할 뿐만이 아니라, 신규 국립공원 예정 지역인 안돌/민오름 권역의 생태축이 단절됨에 따라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2

동상이몽(同床異夢)! 비자림로 2.9Km의 오해와 진실!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추진하기 위한 초기 대응 논리는 주민 숙원 사업, 삼나무의 유해성, 교통량 포화상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주민 숙원 사업이 맞는가?
구좌·성산지역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자림로 2차선 도로의 불편함을 진정으로 해소하고자 했다면, 3년 이상의 공사 기간!, 2,000그루 이상의 벌목!, 20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여 경관 및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2006년 민원 발생 초기에 갓길 정비, 고사리 철 불법 주차 단속, 겨울철 제설 작업을 시행했어야 한다. 3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 공사를 추진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공사 구간의 시작점이 대천동 사거리가 아니라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 입구를 포함한 비자림로 전체 구간을 공사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2.9Km라는 특정 구간을 지목한 점은 신뢰하기 어렵다. 4


둘째, 삼나무가 유해하므로 애당초 모조리 벌목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가? 
빽빽하게 심긴 삼나무 때문에 지표 식물이 공생하기 힘들다면, 삼나무를 대량으로 벌목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간벌’ 작업을 병행하여 관리하면 된다. 5
삼나무숲에 방문한 관광객은 삼나무가 방출하는 피톤치드(Phytoncide) 덕분에 삼림욕을 즐기며 심신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나무를 외래종 방품림이라서 경시하고,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이므로 벌목 후 다른 수종을 이식하자라는 발상은, 전국 방방곳곳의 삼나무 숲의 가치를 훼손하는 언사임이 분명하다. 또한 비자림로에는 삼나무 뿐만이 아니라 40여 년간 조성된 건강한 생태계를 통하여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비자림로 구간의 교통 혼잡! 심각한가?

"도로 확장의 타당성을 보기 위해서는 교통량뿐만이 아니라 사고 건수, 현재 도로상황 등 복합적 계수를 고려해야 한다.” 비자림로는 평균 주행 속도 50Km 내외의 소통 원활 구간이며 교통사고 위험지역도 아니다. 비자림로 2.9Km의 도로 확장 시 얻을 수 있는 시간적 효용은 약 5분 정도이며, 5분 빨리 달리기 위해서 수령이 30~40년인 삼나무 2,400여 그루를 베어낼 경우, 7만 2천 년 정도의 시간을 잘라낸다고 볼 수 있다. 7
결론적으로 환경 단체는 비자림로 공사가 시작된 2018년 8월, 확장공사에 따른 경관 훼손 문제를 공론화하여 공사를 잠정 중단시킨 바 있으며, 지속적인 비자림로 시민 모니터링단의 현장 조사를 통하여 소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을 밝혀냄에 따라 2019년 5월, 다시 한번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그리고 현재 제주도는 비자림로 멸종위기종에 대한 적정 보호 대책 및 저감 대책안을 토대로 공사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비자림로는 야생 동·식물 등과 비자림로 주민, 그리고 관광객이 이용하는 우리 모두의 ‘삶’의 도로이다. 도로를 확장해야 하는 당위성과 확장의 정도에 따른 비용편익 분석이 타당해야 한다. 사실상 본 공사계획은 지방재정 투융자심의 과정부터 환경영향평가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제2공항 건설이 가시화될 경우, 제주시와 제2공항 연계구간인 번영로~대천동사거리~금백조로 14.7km 공사를 위하여 비자림로 2.9km가 마중물 공사로 진행될 수 있음이 기정사실화되었다. 9
또한 국방부의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2020년 선행연구 용역 1억 5,000만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2,951억원을 투입해 제2공항 예정 지역에 공군기지인 남부탐색구조 부대를 건설 예정이다. 10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 공사! 기필코 추진해야 하는가?! 


그간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논의된 생물다양성과 관광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비자림로 공사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대응방안을 제언하겠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저가 항공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 ‘생물다양성과 관광업’, ‘생물다양성과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고전적인 이슈를 주요 의제로 다루었지만, 제10차 당사국총회(2010)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유전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됨에 따라, 합성생물학, 디지털서열정보, 보호지역 이외의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수단(OECMs) 등, 접근 및 이익공유의 범위를 촘촘히 규정하기 위하여 ‘용어 정의’에 대하여 국가 간 첨예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제10차 총회 이후로는 ‘재원동원’, ‘세계관광기구(UN World Tourism Organization) 등 관련 국제기구·협약 간의 관광업에 대한 조화’ 등, 일부 결정문 상에서만 ‘생물다양성과 관광업’이 선언적인 내용으로 포함되어 그 중요도가 상당 부분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초반에 도출된 생물다양성과 관광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작금의 제주도 난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단초가 될 수 있다. 


생물다양성과 관광업의 논의 동향은 이러하다.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이용’이라함은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유발하지 아니하는 방식과 속도로 생물다양성의 구성요소를 이용함으로써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잠재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제4차 당사국총회(1998) 결정문 IV/16, 부록Ⅱ에 따르면, ‘관광업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이용(sustainable use, including tourism)’을 제5차 당사국총회(2000)의 주요 의제로 채택할 것을 주문하였고, 제5차~제7차, 총 3회에 걸쳐 ‘생물다양성과 관광업’이 공식 의제로 결정됨에 따라 제7차 총회(2004) 때 ‘생물다양성과 관광업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다. 이와 더불어 환경영향평가 역시 제5차~제8차 총회까지 주요 의제로 결정되었고, 제8차 총회(2006)때 ‘영향평가가 포함된 생물다양성에 관한 자발적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다.
가이드라인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환경영향평가 시 고려해야 할 생물다양성에 관한 원칙과 평가 요소를 제시한다. 11 고려해야 할 주요 원칙은 네 가지이다.

첫째, 순 훼손 방지(No net loss)의 원칙이다.

해당 공간의 자연자원 총량을 설정하여 손실 발생 분만큼 적절한 기술 등을 활용하여 복원함으로써 총량을 보전하자는 원칙이다. 따라서 순 훼손 방지의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도시생태 현황 지도 등의 정밀화된 생태계 정보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개발과 보전이 충돌할 경우, 인간에게 이로운 생물자원과 생태계 환경에 대한 개발 전후의 총량 산출 및 경제적 가치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 순 훼손방지의 원칙을 적용한 국외 사례로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가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빅데이터의 한 분야로써 자연자원 총량제는 보전을 위한 규제방안으로 훌륭한 아이디어임이 분명하다. 실시간 도로교통정보 현황처럼 자연자원 총량 정보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비자림로 공사 지역의 생물종·생태계 현황과 사회·문화 등의 간접적 요인을 모두 고려한, 2.9km 확장 공사 전후의 자연자원 총량과 보상액이 산정 가능하여 개발과 보전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과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계획 추진 이전에, 사유지와 관련하여 ‘토지 공개념’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와, 개별 환경법과 정책(생태계보전협력금, 생태면적률, 환경영향평가, 전국자연환경조사, 생태자연도 등)의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으로의 통합·연계 타당성에 대한 검토도 반드시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공사가 중단된 비자림로 공사 구간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비자림로 공사 구간은 사유지 약 3만 5천 평, 국공유지 약 4천 9백 평이며, 당초 축산용 도로로 개발되었기에 비자림로 인근의 송당목장 소유주인 ㈜제주축산개발과 정규진 회장이 공사 구간 90%의 편입될 소유지를 보유하였었고, 2016년에 태양광발전소 건설과 증강·가상현실 테마파크 개발회사인 SL Innovations에 410억 규모로 매매를 하였다. 12
즉, 비자림로 2.9km 공사는 제2공항 건설과 주변 상권 개발을 위한 시범적 간벌 행위임과 동시에 기업의 신규 사업추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다.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잠재적인 환경피해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환경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미한다. 비자림로 공사는 생명의 땅을 죽은 땅으로 포장하여 모든 생태망을 절단하는 행위이다. 
매튜 폭스는 ‘내 몸과 영혼의 지혜’에서 생물체의 집인 '땅'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비자림로

사진: 작은것이 아름답다(월간지)

표토는 50% 정도 공기를 함유하고 흙은 약 13cm까지 스스로 숨을 쉬며, 표토 30cm에 이산화탄소 700기가톤(Gt)이 고정돼 있다. 표토를 걷어내고 파헤치는 것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를 공기에 쏟아 내는 일이다. 숲속의 표토 2.5cm 깊이 1평방피트(약 0.1m2)마다 평균 1,356마리 생물체가 살고 있다. 진드기 856마리, 뛰는 벌레 256마리, 노래기 22마리, 딱정벌레 19마리가 있다. 차 숟가락 1개 분량 흙 속에는 박테리아 20억개, 수백만 버섯 원생식물과 조류(Algae)가 들어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땅>, ‘땅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 P46.


우리는 1 평방미터의 프레임에 갇혀서 그저 땅의 ‘양’을 ‘자본화’하는데 급급하고있으며, 땅 위의 산물을 얻기 위하여 정작 땅 속의 지하수와 유(무)기물, 공기와 그것들 덕분에 생존하고 있는 지표 생태계 상의 수많은 생명을 망각한다. 만약 토지를 매매할 때, 등기부등본에 해당 토지의 오염도와 손실된 지표 생태계 가치를 반영하여 토지가격이 제시된다면, 매매자는 의사결정에 더욱 신중을 가할 것이다. 따라서 환경 개발 시, 생태계와 생물종의 미래가치 산출이 어렵고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 복원에 투입되는 시간과 재원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만큼, 항상 사전예방의 원칙을 늘 인식하고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토착 전통지식에 대한 고려이다.

생물다양성협약 제8조 제(차)항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적합한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취하여 온 토착지역공동체의 지식, 혁신적 기술 및 관행을 생물다양성의 가치로서 고려해야 한다. 자연을 토대로 생물자원을 직접 이용하여 의식주 생활을 영위해온 조상들은 생물종 각각의 효능과 이용 방법에 대한 고유의 전통지식과 지혜를 보유하였다. 해당 생물종과 해당 생물종 관련 전통지식은 효능과 성분 등에 대한 유용성 정보가 규명이 되면, 특허 출원·등록 및 기술이전과 제품화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의약·향장·화학·환경·식품 등 각종 산업의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해열진통제(아스피린)의 원료인 버드나무 껍질, 섬유 제품의 원료인 옥수수 전분 등이 그 예이다.
비자림로 2000여 그루의 벌목 이면에 약 40여 년간 공생한 다양한 생물종과 생물종에 담긴 전통지식의 서식지가 훼손당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비자림로에는 삼나무뿐만이 아니라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황칠나무, 식용으로 쓰이는 고사리,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등 전통지식이 풍부한 각종 자생종이 서식한다.

넷째, 공중 참여의 원칙이다.

환경영향평가 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배제되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 가능해야 한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채택된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한 국제환경연합개발회의인 리우회의에서는 리우선언 제10조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정보에 접근 가능하고(access to information),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opportunity to participate in decision-making processes), 사법과 행정 절차상의 접근이 가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13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환경과 인권 문제는 사고가 터진 후 공론화된다. 이번 비자림로 사태의 경우도 공사에 투입되는 사유지가 특정 기업의 소유였기 때문에 벌목이 진행될 때에야 비로소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혹자는 토지를 강제 수용당하는 도민도 아닌데 왜 공사를 반대하냐고 물을 수 있다. 토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중참여는 그저 ‘사회문제’라는 ‘취미’를 가진 일부 집단과 정부·민간 단체의 싸움으로만 치부될 수 있다. 공중 참여의 시작은 ‘토지 가치’와 ‘부동산’을 구별할 줄 아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비자림로가 제주시에서 제2공항을 연계하는 도로로 이용될 경우, 지방도로가 고속도로로 확장되고 인근 지역에 숲과 목초지 대신 상권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값이 상승하게 된다. 비자림로 인근 시세가 오르면 정부가 수천억원의 세금으로 공공인프라를 구축해준 덕분에 해당 토지의 소유주만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진보와 빈곤(1879)’의 내용에 따르면 토지사유제 폐해의 대안으로 토지매매, 유증, 상속은 허용하되, ‘토지 가치세’를 부여하여 토지로부터 나오는 지대 이익을 환수하도록 제안한 바 있다. 14
이러한 사상에 동의하는 지식인들 덕분에 대한민국 헌법개정안에는 ‘토지공개념’을 분명히 한 제128조 2항,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세부 실천사항으로 제38조 2항, “국가와 국민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3항,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환경 보호 및 동물보호 정책의 시행 의무를 강화하였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 “모든 국민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ㆍ시행하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2항, “모든 국민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물다양성을 배려한 상품 및 서비스를 선택함으로써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감소와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국민의 책무를 명시하였다. 
공중의 참여가 활성화되려면 국민 개개인이 환경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각종 국내법에 명시된 국민의 책무에 대해서 체감하고 실천해야 한다. 

다음으로 환경영향평가 시 직·간접적 요인에 대한 평가가 골고루 이행되어야 한다. 직접 요인으로는 토지 이용 및 토지 피복의 변화, 서식지 단편화, 종의 손실, 배기가스 등 환경오염에 관한 외부압력, 생태계 교란종, 유해종의 영향 등이 있다.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이 정리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거짓 작성 근거자료에 따르면 붓순나무(제주도 지정 보존대상 식물자원), 황칠나무(한국 특산 식물)가 식물상 목록에서 누락 되었으며, 자생종을 식재종으로 표기하거나, 실체 미확인 분포 의심종을 기재한 사실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누락된 종이 상당하였다. 또한 식물종 다양성과 양치식물 종다양성이 풍부하여 지역 생태계를 지탱 가능하게 하는 핵심식생형인 삼나무림 식생조사가 누락되었고, ‘계획 노선 및 주변지역의 주요 식물군락 선정’이라는 범위 하에 총 2장의 부실한 식생조사표(1번과 3번은 동일하기 때문에 사실상 2장임)제출에 따른 거짓, 부실작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조류 분야의 경우, 천연기념물 ‘두견이’ 누락, 14년 조사 당시 16종, 2019년 6월 조사 당시 46종 발견, 양서파충류의 경우도 14년 조사 당시 양서류 2종, 파충류 1종, 2019년 6월 조사 당시 양서류 2목 5과 6종, 파충류 1목 4과 6종이 발견되었다. ‘서식 환경 변화에 따른 동물상 변화’에 대해서 기존 평가서는 공사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명시하였으나, 6월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기존 도로 건설로 인해 지역개체군이 감소하였고 이번 확장공사로 인하여 국내 멸종위기종이 더욱 감소할 것이며, 대체서식지의 경우 이미 주인이 있거나, 주인이 없으면 대체서식지로서의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환경보전 상 주요 동물에 미치는 영향’ 역시, 기존 평가서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명시하였으나 6월 추가 조사에서 법종 보호종 맹꽁이 115개체,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 사슴벌레가 다수 발견되었다.


보도자료,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2019.8.8., 별첨2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거짓 작성 근거> 내용 정리

그리고 시민모임은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비자림로 법정보호종 등 조사결과 및 환경저감대책’ 중 애기뿔쇠똥구리, 두점박이 사슴벌레 등의 개최 포획 및 이주와 관련하여, 도로 속도 제한 계획, 조명 시설 설치 배제, 벌목된 구간에 차량 전조등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차광, 차폐 식물 도로변 식재 약속, 이주지 내 동종의 서식 밀도 및 서식환경 여건, 과밀여부 등의 구체적인 조사 및 대책 방안을 제안하였다.” 15


환경영향평가의 간접적 요인으로는 인구 통계학, 경제, 사회, 정치, 문화, 기술적 프로세스 등을 포함한다. 환경영향평가의 직·간접 요인은 의사결정자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관련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과 예산 체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본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영향평가 관련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주도의 관광개발사업은 경관심의→도시계획 심의→도시·건축 공동심의→환경영향평가 심의→도의회 동의→제주도 승인의 절차로 진행된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평가 대행업체의 제반 비용을 부담하고 평가서를 작성하는 구조이며 심의, 도의회 동의 단계 역시 일부 전문위원, 정책자문위원과 대행업체간의 청탁, 로비로 인하여 형식적으로 처리가 되고,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조례 상의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에는 ‘부동의’ 권한이 없으며, 주민참여 기회에 제약이 있다. 

  • KBS 제주, 탐사K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면죄부? 1~5편”,
  • 7시 오늘 제주, 190820 친철한 뉴스, ‘도의회 환경영향평가 절차 형식적’,
  • 제주의 소리, ‘있으나 마나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 2019.9.4.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06505

지금까지 비자림로 사례를 바탕으로, 순 훼손 방지, 사전예방의 원칙, 공중 참여의 원칙, 토착 전통지식에 대한 고려의 원칙과의 정합성 여부를 살펴보았고, 환경영향평가 시 직·간접 요인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대조하여 사례를 검토하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미 환경과 개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국제협약과 헌법, 각종 국내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2, 제3의 비자림로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가 특정인이 아닌 모두의 문제로 귀속되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하여 모두가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2025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당장 2020년에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기 위하여 8개 전략, 30개 이행과제를 달성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경영향평가가 통과 의례적으로 진행될 경우, 국토개발 중장기 계획과 환경보전 중장기계획이 동시다발적으로 경주 중이기 때문에, 당연히 ‘개발’이 ‘보전’보다 선행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특별자치도는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자치권이 보장받지만, 이번 제2공항 건설 관련 국방중기계획과 중첩되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토-환경에 대한 계획은 중앙정부에서 권한을 갖되, 지자체별 사업이 확정되면, 지자체에서는 집행만 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2018년 3월부터 선 환경계획, 후 국토개발 계획을 연동하기 위해서 국토계획 및 환경보전 계획의 통합관리에 관한 공동 훈령을 제정하고 시행 중이다. 
제주도는 현재 진행 중인 비자림로 확장공사, 제2공항·제주신항만 건설,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송악산 뉴오션타운 건설, 예래 ·오라 관광 단지 조성사업 등 각종 난개발에 대하여 잠시 멈추고, 제주도 스스로 중장기계획으로 설정한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조성,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 제주 국립공원 확대 추진 등 제주다움에 더 근접한, 도민과 관광객 모두와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는 환경수도로서의 조례 정비 및 인식 제고를 강화해야 한다. 난개발이 지속될 경우, 유네스코 3관왕(세계지질공원, 생물권 보전 지역, 자연유산)이라는 영광이 곧 사라지고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3관왕의 명예와 함께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종이 생태계 내에서 그 종만의 고유한 니치(niche)를 갖게 되어, 경쟁 종과 공존하는 니치분화(niche differentiation)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16

 

생태피라미드

사진: 과학포털 사이언스올

오늘날 인간의 이기심은 지구 생태계의 역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구성요소의 각자의 자리 마져 빼앗았고, 결국 인간과 생물종 전부 파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빠르게 느낀 국가와 도시는 우리 정부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광 규제를 시행 중이다. 지역에 피해를 주는 관광객 포화 정도를 파악하여 과잉관광 지역이 되지 않도록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관광세를 부여하는 것이다.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국제 크루즈 선사협회와 협상해 정박 가능한 유람선 수를 제한하고 1일 평균 관광객을 4,000명까지 제한하였고, 베니스는 2018년부터 세인트마크 광장의 카니발 개회식 수용인원을 2만명으로 제한하고 2019년 5월부터 모든 관광객에게 3유로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17


갈무리한다. 제주도민이 아닌 내가 비자림로 문제를 움켜잡고 브릭에서 글 버스킹(busking)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문재 시인은 ‘오래 만진 슬픔’이라는 시를 통하여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반문하며 시를 마무리한다. 18
나를 포함하여 비자림로 문제를 '내 문제'로 체감한 35,000여명의 '국민청원'이 제2, 제3의 비자림로 문제에 당면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비자림로를 ‘고속도로’로 바꾸면 참 ‘쓸모’ 있겠지만.. 지금의 소박한 지방도로 본연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쓸데없기를” 19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1. 스포츠조선, ‘아름다운 한국의 도로, 제주 비자림로’, 2011.10.28.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110290100219520019073&servicedate=20111028

2. 미디어 제주, “제주국립공원 예정지 비자림로 확장공사 중단하라”, 2019.1.4.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13635
3. 동아사이언스, [에코리포트] 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2019.8.25.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30429
4. 제주환경운동연합, (성명서) 비자림로 확장공사 강행, 도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2018.12.6.
  http://jeju.ekfem.or.kr/archives/11023
5. 오마이뉴스, '대역죄인'이 된 제주도의 삼나무, 이건 아니다. 2018.8.1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247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6. 제주환경일보, ‘비자림로 확장공사 강행, 도민은 납득하지 못한다’, 2018.12.06. http://www.newsje.com 
7. 노컷뉴스, "5분 빨리가기 위해 7만년 베어낸 제주 비자림로", 2018.8.20.
 https://www.nocutnews.co.kr/news/5017659
8. 헤드라인 제주, "비자림로 확장사업 중단하고, 훼손된 숲 복원 추진하라", 2019.4.19.
 http://www.headlinejeju.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60654
9. 제주도, ‘숲길 비자림로 도로확포장 훼손에 대한 해명자료’, 2018.8.8.
 http://www.jeju.go.kr/news/bodo/fact.htm?qType=title&q=%EB%B9%84%EC%9E%90%EB%A6%BC%EB%A1%9C&act=view&seq=1112225
10. 뉴스제주, "제주 제2공항은 공군기지다. 철회하라" 2019.9.6.
 http://www.newsjeju.net/news/articleView.html?idxno=333739
11.Biodiversity in impact assessment background document to decision VIII/28 of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voluntary guidelines on biodiversity-inclusive impact assessment(2006), CBD Technical series No26.
 https://www.cbd.int/doc/publications/cbd-ts-26-en.pdf
12. 노컷뉴스, "비자림로 공사, 사기업의 기반시설 마련을 위한 것", 2019.4.9.
 https://www.nocutnews.co.kr/news/5132154
13. Rio Declarat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Principle 10. 
 https://www.cbd.int/doc/ref/rio-declaration.shtml
14.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한티재, 하승수 지음, 2015, PP45-46.
15. 헤드라인 제주, 시민모임 "제주도, 비자림로 곤충류 피해예방 대책 제시해야", 2019.9.10.
 http://www.headlinejeju.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72118
16. '스피노자의 거미', 박지형, 이음, PP103-PP104, 2019
17.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9.9,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독배인가?, p30.
18. 녹색평론, 168호, P148.
19. 녹색연합, no.268, 녹색희망 뉴스레터 놀고-잇고, 녹색칼럼_ “아름답고 쓸데없기를” 

정보출처: BRIC 바이오통신원
<본 기사는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 또는 개인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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