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항체 기반 진단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항체 기반 진단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생명연 제공
최근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대유행을 겪었다. 이 같은 전염병의 유행은 흑사병 등 과거에도 빈번히 있었던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비해야 할 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가아젠다연구부’를 조직해 이 같은 국가적·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9년부터는 ‘차세대 생물방어 특화연구실’을 운영해 다양한 감염성 병원균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인식물질(항체)을 발굴하고 있다.

○유전자 집합체 통해 항원 설계

인체는 외부 위해 물질로부터 스스로 방어하는 면역체계를 갖췄다. 항원은 면역체계가 인식하는 물질이다. 항원이 질병을 유발할 정도로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면 인체는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면역체계의 대표적 구성 요소인 항체는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이다. 인체는 수천 종의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위해 물질로서의 항원에 결합해 직접 중화하거나 공격 대상으로 표시해 면역 세포들이 제거하게끔 유도한다.

연구팀은 항원-항체 면역반응을 기초로 마우스면역화기술을 사용해 특정 병원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진단항체를 인위적으로 제작해 선별했다. 요즘 항체의약품 관련 소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라는 말은 특정 항원 하나에만 개별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라는 뜻이다. 한 가지 항원에만 결합하기 때문에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수다.

이전까지는 면역화된 마우스의 비장에서 B세포를 분리해 골수종 세포와 융합시켜 만든 하이브리도마 세포주를 통해 단일클론항체를 생산했다. 암세포의 일종인 하이브리도마 세포주는 죽지 않는 세포여서 무한히 세포 분열하며 항체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면역화된 마우스의 비장 세포로부터 전령RNA(mRNA)를 추출해 항원 결합 부위 관련 유전자를 합성했다. 이렇게 제작된 유전자 집합체를 면역 라이브러리라고 하며, 표적 항원별 10^7개 이상의 유전자 서열 다양성을 확보했다. 다양한 고위험성 병원균과 독소를 대상으로 항원 설계 및 진단항체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용도 활용…기술력 향상

항체 기반의 진단 기술 개발은 산업적·경제적 중요성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한 파급력을 가진다. 위해 물질을 대상으로 한 환경 탐지·정화 기술로 발전해 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소형 진단 장비로 개발이 가능해 센서나 관련 소재 분야에서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한 쓰임새도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극단주의 국제 테러 조직의 위협으로 전 세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위험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군사 무기화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탄저균은 포자 형태로 수십 년 이상 생존이 가능해 테러 및 군사 무기로 활용되기 쉬우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상황 발생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해야만 사태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교류 확대로 신·변종 감염병 유입이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조기에 진단하고 대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빈번해질 신·변종 전염병…항체 기반 진단기술, 경제·산업·안보에 큰 파급효과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합성생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은 특정 질병의 조기 진단 및 선별검사 등 첨단바이오 분야에 널리 활용될 것이다. 또한 NGS 기술을 통해 항체 선별 과정을 보다 고도화·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