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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4대 과기원은 왜 '굴러온 복?'을 걷어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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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획재정부가 신설 추진 중인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 4대 과학기술원을 편입시키려다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사태가 발생했다. 4대 과기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말한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각각 특별법에 의해 독립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기재부는 초·중등 교육에 쓰는 교육교부금 예산이 학생 수 감소로 남아 돌자 대학 및 성인 교육에도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이같은 제도 개편을 밀어부쳤었다. 9월부터 준비되는 등 논의 기간이 짧았다. 기재부는 그럼에도 지난달 말 4대 과기원 총장들을 소집해 화상 회의를 한 후 직접 "이번 주말까지 입장을 결정해달라"고 통보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밀어부쳤다.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런 일은 내가 알기론 사상 처음있는 사태"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기재부는 특히 "(4대 과기원이 편입되면) 예산 수백억원을 더 줄 수 있다"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까지 흘리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4대 과기원들이 왜 굴러 온 복을 걷어 차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한 과기원 총장은 기재부의 이같은 '유혹'에 반쯤 넘어가 찬성하는 듯 했다가 내외부의 비판과 지적에 현실을 깨닫고 적극 반대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4대 과기원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학생들까지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심해지자 결국 이달 중순 과기정통부가 나서 거부로 입장을 정리하고 기재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중심 국가' 건설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출범 후 과학기술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4대 과기원이 내세운 소관 부처나 국회 상임위가 바뀌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사실 핑계에 불과했다. 한시적 목적과 목적달성 후 폐기되는 '특별회계'에 장기적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고 설립 목적도 완전히 다른 4대 과기원을 편입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특히 4대 과기원의 가장 큰 불만은 일반 대학과 달리 연구개발(R&D)이 중심이라 예산 편성 기준과 원칙,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4대 과기원을 일반 대학에 섞어 놓을 경우 초기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지역 정치권의 로비나 포퓰리즘 등에 치여 푸대접을 받을 게 뻔하다. 과학기술 연구를 장기적ㆍ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4대 과기원 설립 취지와 대학 교육 현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손대지 않을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이같은 정책이 부처간 협의 단계까지 간 것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는 대통령실에게 눈총을 보내고 있다. 연구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의 참모진이 중간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의 눈초리다. 지역 사학 재단을 소유하고 있는 정치권이 4대 과기원을 들러리로 세운 후 거액의 예산 지원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특별회계 신설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는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처한 지방 사립대학들이다. 기재부는 지난 15일 지방 대학 지원 몫으로 5000억원을 특별회계에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여권의 핵심부에는 유난히 사학 재단 관계자들이 많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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