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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상기후에도 잘 자라는 뿌리 조절 매커니즘 알아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가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전남 신안군 압해읍 한 농경지가 가뭄으로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재해로 인류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 농업에 가장 위협을 주는 기상 재해는 가뭄이다. 생명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이 가뭄에 노출되면 곁뿌리 발달을 억제하고 주뿌리를 길게 내리는 뿌리 발달의 변화를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게 되면 식물은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 깊은 땅속의 수분을 활용할 수 있어, 가뭄에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된다. 미국ㆍ중국ㆍ호주 등 주요 농업대국들은 그간 연구비 지원을 통해 식물이 어떻게 가뭄을 알아채고 뿌리 발달을 변화시키는지 그 신호 경로 및 작용 기작을 밝히고자 해왔지만, 아직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국내 대학 연구진이 이런 연구 난제를 극복하는 성과를 올렸다. 경상국립대는 생명과학부의 정우식 교수와 김선호 연구교수 공동연구팀이 가뭄 재해에 의해 식물의 곁뿌리 발달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뉴클레익 에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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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팀은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해 가뭄이 곁뿌리 발달을 주도하는 옥신 호르몬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해 결과적으로 곁뿌리 발달을 억제한다는 신호 경로를 밝혔다. 또 이렇게 곁뿌리 발달이 줄어든 식물체가 가뭄 저항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상 조건에서 식물의 곁뿌리 발달은 옥신 신호전달 촉진인자(ARF)에 주도돼 아래 곁뿌리 발달 유전자들(LBD)의 발현 증가로 이루어지는데, 가뭄 때는 재해 반응 인산화효소의 활성이 증가하고, 이 인산화효소에 의하여 옥신 신호전달 억제인자 중 하나인 IAA15 단백질이 인산화를 통하여 단백질이 안정화되고 축적된다. 축적된 IAA15 단백질은 옥신 신호전달 촉진인자(ARF)를 억제해 곁뿌리 발달 유전자들(LBD)의 발현을 줄여준다. 연구진은 이 같은 메커니즘으로 곁뿌리 발달이 억제된다는 것을 유전학, 분자생물학 및 생화학 기법으로 규명했다. 또한 IAA15 단백질의 인산화모방 돌연변이(IAA15DD)가 지나치게 발현되는 형질전환 식물체를 구축해, 이 식물체가 곁뿌리 발달이 억제되며 뚜렷하게 향상된 가뭄 내성을 보임을 보고했다.

정우식 교수는 “뿌리구조 변화라는 새로운 전략과 옥신 신호전달 억제인자의 발현 조절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으로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옥수수와 콩을 포함하는 다양한 작물의 가뭄 내성을 높여 농업 생산성을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앞으로 주요 작물의 목표 유전자들을 동정하고 유전자 교정 기술을 포함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가뭄 내성이 증가한 비형질전환 작물 종자를 개발하고 농업 대국에 판매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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