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델릭 임상 보류에 알리코파, 유코닉도 시장 철수...코픽트라도 적응증 철회 권고
FDA 신속심사 제도에 의문부호 달려..."FDA, 신속심사로 불확실성 남겨"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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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혈액암 치료제 분야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를 것 같았던 포스포이노시티드3 키나제(PI3K) 억제제 시장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

기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던 제품들이 임상시험이 보류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어서다.

PI3K 억제제 시장은 2014년 길리어드 자이델릭(성분명 이델라라십)으로 형성됐다. 자이델릭은 재발성 여포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재발성 소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FDA로부터 처음으로 승인됐다.

이후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바이엘 알리코파(코판리십)가 재발성 여포성 림프종 치료제로, TG테라퓨틱스 유코닉(움브랄리십)이 변연부 림프종 및 여포성 림프종 치료제로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 규모는 커졌다.

그러나 PI3K 억제제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분위기다.

 

잇따르는 안전성 우려에 적응증 철회

2016년 FDA는 자이델릭의 임상연구를 보류 결정했다. FDA는 2014년 자이델릭 허가 당시 후기 임상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다는 조건을 걸고 임상2상 데이터만으로 신속승인했다.

그러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무통성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자이델릭이 위약군에 비해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길리어드는 FDA로부터 승인 받은지 7년여 만에 시장에서 자이델릭을 철수했다.

알리코파도 작년 12월 적응증 확대를 철회했다. 당초 알리코파는 적응증 확대를 위해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리코파는 로슈 리툭산(리툭시맙)과의 병용요법이 환자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알리코파 단독요법 대비 48% 줄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병용요법군의 생존기간이 약 2년 후 단독요법군과 역전된다는 사실이 발견됐고, 결국 바이엘은 적응증 확대를 포기했다.

유코닉은 적응증 확대 포기는 물론, 기존 획득한 적응증까지 철회했다.

TG테라퓨틱스는 유코닉과 유블리툭시맙의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3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병용요법군이 대조군보다 더 높은 중증 이상반응 발생율을 보였고, 사망 위험도 컸다.

이에 TG테라퓨틱스는 기존 승인된 적응증도 철회하며 혈액암 치료제 사업 자체를 철수했다.

최근에는 개발 중인 PI3K 억제제 코픽트라(두벨리십)도 FDA로부터 적응증 철회 권고를 받았다. 코픽트라는 FDA로부터 최소 2회 이상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및 소림프구성 림프종,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코픽트라의 만성 림프구성백혈병, 소림프구성 림프종 적응증의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FDA ODAC에 따르면 5년 추적관찰 결과, 코픽트라의 평균 생존기간(OS)은 43.9개월로, 대조군 46.8개월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FDA ODAC은 코픽트라의 전반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재평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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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속심사 의구심 증폭..."불확실성 키워"

상황이 이렇자 FDA의 신속심사제도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신속심사가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높였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Mark P Lythgoe 박사 연구팀은 최근 JAMA NETWORK OPEN에 2010~2019년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암 치료제의 승인 시기와 검토 속도 등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doi: 10.1001/jamanetworkopen.2022.16183).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항암제 신약의 승인 날짜를 비교하는 등 규제 활동을 조사, 대조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10년 동안 총 89개의 항암 신약 또는 병용요법이 승인됐다.

FDA는 EMA 승인 이전에 95%를 승인했다. 이로써 EMA의 승인 지연 중앙값(IQR)은 241일로 나타났다. 승인을 위해 검토한 기간은 FDA가 200일, EMA는 426일이 소요됐다.

FDA가 신속심사제도의 취지를 EMA에 비해 십분 발휘했지만, 단점도 있었다.

FDA는 10년 동안 승인한 89개의 항암신약 중 39%(35개)를 중추연구 발표 이전에 승인한 반면, EMS는 9%(8개)에 불과했다. 즉 10개 중 약 4개 약물은 중추 연구의 동료평가가 이뤄지기 이전에 승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신규 항암제 또는 새로운 병용요법은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일찍 승인됐다. FDA는 EMA보다 더 빠르게 허가 신청서를 받고 검토하는 시간도 짧았다"면서도 "그러나 FDA는 중추연구의 동료평가 이전에 시판허가를 승인하면서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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