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세브란스병원 안성수 교수팀, 수치 높을수록 질병 중증도 경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국내 연구진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혈액 내 특정 효소의 수치가 질병 활성도를 파악하고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안성수 교수, 병리과 김혜민 교수,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윤희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해당 연구는 SCI급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IF 8.786) 8월 호에 게재됐다.

안성수 교수
안성수 교수

피루브산염 키나아제(Pyruvate kinase) M2’는 우리 몸에서 당을 분해하는 마지막 단계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로, 이량체와 사량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중 이량체로 존재하는 효소를 종양 M2-PK’라고 부르는데, 이는 종양세포 내에서 여러 종양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며 정상세포와는 에너지 대사가 상이하게 일어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양 M2-PK’는 주로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 다양한 종양의 혈액 내에서 그 수치가 증가해 있으며, 종양을 진단하는 것뿐 아니라 치료의 성공 여부와 예후를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양세포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에너지 대사의 변화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염증이 발생한 활막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기존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혈액에서도 종양 M2-PK’가 증가되어 있으며, 질병의 활성도와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용인세브란스병원 안성수 교수팀은 종양 M2-PK’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혈액 내에도 증가되어 있는지, 그리고 환자들의 임상적 특징과도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51명 및 퇴행성 관절염 환자 37명과 정상 대조군 37명 등 총 225명의 혈장에서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를 이용하여 종양 M2-PK’ 수치를 측정했다. 얻어진 수치들은 질병의 활성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DAS(Disease Activity Score)28-ESR’ ‘DAS28-CRP’ 결과와 비교해 그 상관도를 조사했다. , ‘종양 M2-PK’ 검사와 ‘ESR’, ‘CRP’ 두 종류의 혈액 검사를 함께 활용했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의 활성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감별해낼 수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질환 호전을 보이는 환자들에서 종양 M2-PK’ 수치를 반복해서 측정했을 때, 질병 활성도의 감소에 따라 그 수치 또한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높은(moderate/high) 질병 활성도를 가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종양 M2-PK’ 수치가 퇴행성 관절염 및 정상 대조군에 비해 높음을 확인하여, ‘종양 M2-PK’ 수치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고 질병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종양 M2-PK’ 검사를 일반적으로 염증의 존재 여부를 판정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ESR’ ‘CRP’ 검사와 함께 활용했을 때, 높은(moderate/high) 질병 활성도와 낮은(remission/low) 질병 활성도를 가지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을 감별하는 값이 0.962(1에 가까울수록 정확함)로 나타나, 세 종류의 검사를 함께 사용할 때 질병 활성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종양 M2-PK’ 검사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질병 활성도를 파악하고 진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임을 나타낸다. 특히, 그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는데 임상적으로 유용한 혈액 검사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를 갖는다.

류마티스내과 안성수 교수는 염증이 증가되어 있는 면역세포에서도 종양세포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에너지 대사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최근 면역 대사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다라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종양 M2-PK’ 검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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