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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라는데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3 10:34

수정 2022.09.23 10:38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어디 위치 왔나
[파이낸셜뉴스]
한국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라는데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의 관리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995년 9월21일을 ‘세계 치매의 날’로 지정했다. 치매의 날을 맞아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본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0’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약 772만 명 중 치매상병자는 86만 명으로 11% 수준이다.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배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치매상병자는 3.3배 늘어나 치매 상병자가 2.4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가파른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매우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치매 유병률 또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추정 치매환자는 약 84만명(10.2%)이며, 2030년에는 136만명(10.5%), 2040년 217만명(12.6%), 2050년에는 300만명(15.9%)이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노인성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아직까지 치료적 대안이 없는 질병이라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원인조차 불명확하여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젬백스앤카엘이다.

국내 2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국내 3상, 글로벌 2상 임상시험 IND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진행을 앞두고 있다. 젬백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은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16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로, 전임상 연구를 통해 항산화 및 세포보호효과 등과 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억제, 타우 단백질의 엉킴 방지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젬백스는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일차 평가변수인 중증장애점수(SIB)의 월등한 개선 효과와 이차 평가변수인 신경정신행동검사(NPI)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부작용 및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GV1001의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국내 50여개 기관에서 중등도~중증 알츠하이머 환자 936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다. 젬백스가 허가 받은 국내 3상 임상시험은 천연물을 제외한 국내 개발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는 최초의 3상 임상시험이며, 가장 큰 규모이다.

GV1001의 미국 2상 임상시험은 40개 이상 기관에서 경증~중증의 알츠하이머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실시될 예정이다. 젬백스는 지난해 FDA로부터 임상시험 대상 환자를 경증에서 증등증까지 확대하여 시행해도 된다는 임상시험 변경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신약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의 임상시험이 필수적으로, 미국에서의 2상 임상시험 확대 승인은 그 의미가 크다. 이번 글로벌 임상시험의 1차 목표는 경증~중등증 임상시험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검사인 치매평가척도(ADAS-cog11)로 설정됐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회사는 아리바이오이다. 아리바이오는 기존에 발기부전치료제로 알려진 선택적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 억제제 (PDE5: selective inhibitor of phosphodiesterase 5) ‘AR1001’의 미국 2상 임상 시험에서 저농도 투여군(10mg)과 고농도 투여군(30mg) 모두에서 인지기능이 의미 있게 개선되었다고 발표했다. AR1001은 경구용 알약이자 다중 기전 방식이라는 점이 기존의 치료제와 차별점으로 부각되었다. 현재 한국, 미국, 유럽 등 다국가 3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천연물, 줄기세포치료제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멀구술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인 ‘ID1201’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ID1201은 동물실험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과 염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했고 2019년 식약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지만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뉴로스템’을 개발 중인 메디포스트는 치매 원인 유전자인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감소시켜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임상1/2a상에서 뉴로스템군과 위약군 사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증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회사들의 도전이 유효성 입증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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