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주요 50곳, 2022년 1H ‘자회사’ 득실 해부(下)
연결기준 자회사 영업익 효과, 전체 50곳 중 절반도 안돼
관계사 지분법, 내 몫만 반영했더니…제약사별 ‘희비’ 갈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실적이 재무제표 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지도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별도기준으로 본 재무제표에서는 영업이익을 냈던 기업들이 연결기준을 적용하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작 연결기준을 통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전체 50곳 가운데 23곳으로 절반에도 못미친 것이다.

앞서 제약바이오기업 중 자(子)회사 연결에 따라 모(母) 회사의 외형성장에 힘을 실어준 곳이 50곳 중 44곳에 달했던 걸 감안할 때 외형 부풀리기에는 도움이 됐지만, 사실상 수익성 측면에서는 자회사 효과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분위기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토대로, 계열회사를 둔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연결기준과 별도기준 차이와 지분법 적용에 따른 제약사별 영업이익의 득과 실을 분석했다.

≫ 흑자였던 모기업이 적자로…‘엇갈린’ 자회사 효과

모 회사의 별도 영업이익이 자회사와의 연결로 인해 적자로 전환한 곳이 무더기로 나왔다.

대표적으로 부광약품과 제일약품, 경남제약은 별도기준으로 각각 24억 원과 6억 원, 3억 원의 영업 흑자를 냈지만, 연결기준에서는 25억 원, 57억 원, 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부광약품과 제일약품은 각각 신약 개발 자회사로 인한 손실이 반영됐다.

부광약품의 경우 2014년 약 34억 원을 출자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덴마크 바이오테크 콘테라파마(Contera Pharma A/S)에서 발생한 적자가 영향을 미쳤다.

콘테라파마는 상반기 매출이 없는 상태로 현재 파킨슨병 운동이상증 치료제 'JM-010'을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일약품도 지난해 5월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를 설립해 자체 신약 개발을 강화하면서 상반기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온코닉 테라퓨틱스는 55억 원의 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이 회사는 P-CAB 제제 'JP-1366' 캡슐을 정제로 제형 변경하는 임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고 앞서 6월엔 이중저해 표적항암제 ‘OCN-201(기존 JPI-547)’에 대해 난소암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들 외에도 모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익이 줄어든 곳은 차바이오텍(영업이익 감소분 102억 원), 메디톡스(36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억 원↓) 등으로 확인됐다. 모회사는 영업을 잘했는데 자회사들이 이를 깎아 먹은 셈이다.

≫ 관계사 지분도 내실 다지기 ‘한 몫’…유한·삼바 등 ‘재미’

특정기업의 대규모 지분을 통해 재미를 본 곳도 있었다.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보통 20%~50% 지분보유)는 지분법 적용(지분비율에 따른 관계사의 손익만을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 대상이 된다.

지분법 적용은 지배까지는 아니지만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 기업의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어 보유한 자기 지분 몫 만큼만 투자한 관계사의 이익을 모 회사의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연결대상 실적 합산과 달리 또 다른 자회사 효과를 가르는 잣대다.

즉 연결이익은 종속회사의 실적을 전부 합산 반영하지만, 지분적 적용은 관계사의 영업 성과를 지분비율만큼만 별도로 적용해 지분법 손익(관계사 투자손익)만을 표기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대표 사례로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결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봤고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는 지분법 이익으로 76억 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 4월 20일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바이오젠으로부터 인수하면서 100% 보유하게 됐고 이후 종속기업으로 연결대상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종속기업 전환 전 투자주식의 장부가 증가액 239억 원은 올해 재무제표에서도 지분법 이익으로 존재하게 됐다.

연결 편입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반기까지 1,494억 원의 매출과 26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이는 연결재무제표에 합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도 관계회사의 지분법으로 이득을 본 곳은 다수 있었다.

팜젠사이언스는 88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관계사 지분이익을 반영했다. 이 회사는 엑세스바이오를 통해 9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이익을 얻었다. 팜젠사이언스는 엑세스바이오의 지분 25.26%를 가지고 있으며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통해 올 상반기 3,596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유한양행도 269억 원의 지분법 이익을 얻었는데 여기에는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유한킴벌리를 통해 257억 원, 한국얀센 20억 원, 유한크로락스 25억 원의 이익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119억 원), 씨젠(44억 원) 등도 1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한편, 한독(지분법손실 69억 원), 메디톡스(-14억 원), JW생명과학(-14억 원) 등은 지분법을 적용했을 때 관계사로 인해 10억 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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