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국내 제약 업계의 RWD(Real World data)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RWD 관련 부서나 팀을 갖춘 제약사도 찾기 힘들다. 업계는 RWD를 통해 신약의 적응증을 확장하거나 의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 관련 근거를 수집하는 연구를 먼 미래의 일로 여긴다. 

하지만 보령은 다르다. 보령은 'RWD 연구팀'을 갖추고 있는 제약사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근거로 자사 의약품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왕승호 보령 RWD 연구팀장의 '제약현장에서의 RWD·RWE 활용 심포지엄' 행사 현장 발언을 토대로 '보령표' 경험담과 뒷이야기를 전한다.

# 보령 RWD연구팀이 하는 일 

저희 팀 명칭은 'RWD 연구팀'이다. 저희는 허가 임상 부서에 편재돼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자사 제품의 유효성 및 안전성 연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사 제품의 학술적인 지원을 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저희 부서의 핵심 키워드는 RWD다. RWD는 다양한 유형의 의료 정보 데이터를 포괄하는 용어다. 일종의 빅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회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고 도출해서 의약품의 잠재적 이익을 확보해왔다. 

즉 RWD를 기초로, 의약품의 효과성이나 위험성(안전성)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구축한 이후 RWE(Real world evidence, 실제임상증거)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보령에서는 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데이터만을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건보 심평원 데이터= RWD 연구의 기초 

건보공단과 심평원 같은 기관의 빅데이터를 연구하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환자가 병원에 있다가 다른 병원이나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면 일반적인 데이터로 환자 추적이 어렵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등 기관 데이터는 환자가 최초로 상병 진단을 받고 다른 상급병원으로 옮겼을 때도 끝까지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 상급병원에서 약제를 처방받거나 약제가 듣지 않아 약제를 변경해도 누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제 투여로 생기는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항암제 추적 관찰 기간은 보통 5년~10년이다. 공단이나 심평원 데이터를 통해 항암제 복용 환자에 대한 추적 관찰도 가능하다. 

더구나 공단이나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이미 약제를 사용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 보령 RWD 연구 과정은? 

보령 RWE 연구팀의 연구 프로세스(절차)를 소개하겠다. 먼저 시중의 연구 논문 또는 참고 문헌을 통해 보령 제품의 우수성 및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뽑고 연구 기획을 시작한다. 

기획 이후 연구계획서(프로토콜) 작성 단계에 들어간다. 여기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상 연구자 또는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석 연구자를 선정해서 함께 연구계획서를 만든다. 

다음 단계는 IRB(임상시험윤리심사위원회)다. 애초에 RWD 연구는 약물을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IRB에서 면제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의뢰자 주도 임상( Sponsor Initiative Trial, SIT)이기 때문에 면제가 되더라도 가장 많은 심의 비용이 든다. 

그 이후 건보공단 또는 심평원 데이터 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해당 데이터를 확보한 뒤 분석하고 임상시험결과보고서 (CSR, Clinical Study Reports)와 논문을 작성한다. 일련의 연구 기간은 빠르면 1년에서 2년이 걸린다. 기존의 임상시험보다는 기간이 짧은 편이다.

# 보령 RWD 연구팀이 제안한다 

앞서 RWD 프로세스 중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점은 '연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일단 데이터 심의 절차에서 데이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추출이 가능한지, 변경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연구 과제가 중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프로토콜이 변경될 경우 IRB 심의를 다시 들어갈 수 있다.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공단과 심평원의 데이터 제공에 관한 내부 규정(가이드라인)은 '공공적이거나' 또는 '제3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등의 데이터 추출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구체적으로 기술돼있지 않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독과점 제품은 안 된다' '독과점 제품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제품이 70%를 시장 점유하면 안 된다' '성분별로 회사 수가 세 개 이하면 불가능하다'는 등의 제한 규정이다. 심지어 데이터 심의를 받아야 이같은 제약 조건을 알 수 있다. 때문에 RWD 연구 기획 단계에서 제약 조건 반영을 할 수 없다.

기획 단계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약 조건이 명시된 가이드라인을 따라 기획을 시작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데이터 심의를 '먼저' 받는 것은 어떨까

물론 보다 근본적인 해법도 있다. 데이터 심의를 먼저하고 그 다음 IRB 심의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건보공단 아닌 병원에 데이터를 청구했을 때는 먼저 심의위원회의 데이터 심의를 먼저 받는다. 데이터 추출이 결정되면 IRB 심의를 받는다는 뜻이다. 더구나 병원 데이터를 건보공단과 결합할 경우 병원 뿐 아니라 건보공단에서도 데이터 심의를 먼저 해준다. 

제가 RWD 관련 교육을 받을 때 연사에게 '지금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등 기관은 IRB심의를 받고 데이터 심의로 넘어 오는데 병원은 데이터 심의를 받고 IRB 심의를 받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연사는 "임상 연구는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에 연구 프로토콜 단계에서 임상 참여자에게 어떤 것을 해줄 것인지가 프로토콜에 명확히 반영돼있고 반영된 프로토콜에 따라 연구 수행 여부가 결정된다. 당연히 IRB 심의를 선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RWD 연구를 위한 데이터 추출은 다르다. 데이터가 얼마나 반출되느냐에 따라 연구 프로토콜이 확정되고 확정된 연구 프로토콜이 있어야 심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IRB 심의 보다는 데이터 심의를 먼저 수행한다. 연구 프로토콜을 먼저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병원의 사례처럼 건보공단이나 심평원같은 기관도 사전 심사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데이터 심사를 먼저 받은 이후 다음 단계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RWD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추출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야 연구의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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