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형식지, 독일과 일본의 암묵지 섞인 한국
470만개 일자리 놓고 극한 경쟁? 성장 딜레마
LME 기본으로 CME를 보완 적용하면 가능
연기협, 김석관 STEPI 위원 초청 9월 혜윰포럼

한국의 오늘은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등으로 국가 소멸 우려는 물론 장기 저성장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한국의 오늘은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등으로 국가 소멸 우려는 물론 장기 저성장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지역소멸 위기, 극한의 일자리 경쟁, 장기 저성장.

한국의 현주소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으로 단기간에 선진국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가라는 평가도 다수다. 많은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1990년 초반부터 고도성장이 멈췄다. 거기에 성장 추락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권에 상관없이 5년 평균 경제 성장률이 1%씩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미래도 어둡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끝난 것일까.

한국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극복해 볼 수 있는 제안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김석관 STEPI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오전 7시 20분에 열린 9월 혜윰포럼(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주최)에서 두 개의 성장경로와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주제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논의할 부분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딜레마 원인으로 임금 격차가 큰 고정된 일자리에 있다고 봤다. 국내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정규직 일 자릿수는 470만개. 이들의 임금은 중소기업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 때문에 470만명 안에 들지 못하면 결혼, 집 장만 등 한계를 겪고 계층 간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양극화를 유발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은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중고등학교만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고 집을 사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470만명 안에 들지 못하면 집을 살 수도 없다. 수도권에서 살려면 그들 간 결혼해 맞벌이를 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유치원 시기부터 경쟁시키고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미국 연구 결과를 보면 계층 간 다양하게 이동하고 섞이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양극화가 해소된다. 때문에 우리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470만개로 고정된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성장 소스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어떤 정책도 미봉책에 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 한국의 산업 형태 CME vs LME

실리콘밸리는 왜 미국에만 있는가?
플랫폼 기업은 왜 미국에서만 발달했을까?
일본은 왜 이렇게 디지털 전환 대응이 느리지?
한국은 제조업 국가인데 소재·부품·장비는 왜 뒤처지지?
테슬라의 성공은 20세기 산업사에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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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궁금증을 가져봤을 질문이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경제 성장의 틀, 혁신 제도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독일과 일본은 CME(coordinated market economy, 조정시장 경제), 미국은 LME(liberal market economy, 자유시장경제) 방식이다. 즉 독일과 일본은 장기 근속의 노동시장으로 숙련과 암묵지의 기술 축적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제조업이 발달했다. 특히 독일은 히든챔피언으로 알려진 1700개 이상의 중견제조업과 직업 훈련 인력이 있어 암묵지를 지원한다. 우리는 마이스터고 형태를 따 왔지만 이들을 받아들여 줄 중소기업 생태계가 없어 자리 잡지 못했다. 미국은 자유로운 고용시장과 자본 중심으로 SW, 인터넷, 바이오 등 산업적 특성을 갖는다. 혁신체계에서도 독일과 일본은 암묵지적 지식이 요구되는 DUI형(암묵지형)으로 제조업에 적합하다. 미국은 연구개발의 STI형(형식지형)으로 IT와 BT 등 첨단 산업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의 교육, 산업, 연구개발 등 각 분야 장점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독일과 일본의 종신고용 형태지만 근속기간이 짧고 이직률이 높다. 이에 따라 축적이나 암묵지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오너 중심, 대학 교육은 일반중심으로 미국과 닮아있다. 장기적 숙련 시스템이 마련되기 어려운 형태다. 

결국 정부 주도의 대기업 지원으로 공업화, 압축성장은 이뤘지만 중소기업이 밀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부장 산업, 중소기업 발전 생태계는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1997년 이후 경제 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성장기는 CME와 LME가 섞여 있고 혁신은 미국의 STI형을 단기간에 추격하는데 성공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DUI 형 혁신 추격에는 실패했다"면서 "결국 IT, 바이오 분야는 어느정도 따라잡았고 제조업도 일정부분 올라왔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품, 소재, 장비 분야는 발전이 늦어졌다. 중소기업의 발전도 저해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산업 혁신은 기술, 조직, 제도의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제조업에서는 숙련공을 중시한 일본방식이 성공했다. 기술과 조직의 상호작용에 성공한 것"이라면서 "바이오는 불확실성이 크다. 때문에 위험을 분산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이는 제도적 틀이 갖춰질 때 가능하다. 미국이 가장 잘 돼 있고 그 다음 한국"이라며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의하면 디지털 분야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40%는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30%는 조건부로 가능하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제도가 규제 중심으로 혁신적인 기업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제도가 혁신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됐다"면서 "70년대, 80년대 이후 디지털 트렌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제도적 배경이 이들에게 유리했고 실리콘밸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는 제조로 봤는데 테슬라 이후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제조업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일본의 디지털 전환이 늦은 것이고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산업은 미국과 독일 일본의 강점을 따라하면서 LME와 CME가 혼합된 상태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한국의 산업은 미국과 독일 일본의 강점을 따라하면서 LME와 CME가 혼합된 상태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 한국의 신산업은 어떻게

기술 트렌드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CME에서 LME로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노동시장, 직업 훈련 시스템, 금융시스템에서는 일부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 간 관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다. 중소기업이 불리한 상태는 그대로다.

김 위원은 "한국은 제도적으로 혼합된 국가답게 혁신에서도 휴대폰,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형식지 산업과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암묵지 산업 모두에서 부분적으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STI, DUI 양측의 성격이 강한 부분은 여전히 추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여전히 CME, LME 어느 쪽도 아닌 혼종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97년 이후 IT, BT 신산업을 육성했다. IT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장애물 없이 추격 중이고 바이오는 정부 투자와 지식기반이 상승하면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부장은 국내에 수요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이 중에서 바이오 분야는 아직 글로벌화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바이오 분야가 가장 유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 한국은 CME, LME 두 가지 성장 경로를 모두 추구할 수 있을까. 김 위원은 "두 가지 경로는 제도적 상충으로 동시에 추구하기는 어렵다. 어느 나라도 해본 적 없다"면서 "하지만 디지털화, 자동화,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숙련이 중요한 업무가 줄어들고 있다. 암묵지 요소가 줄고 있다. 때문에 LME를 기본으로 CME로 보완하면서 두 성장 경로를 지원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10월 혜윰 포럼은 내달 20일과 21일에 열리는 세계과학문화포럼과 병행해 준비될 예정이다. 9월 혜윰 나잇은 오는 28일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김 위원은 한국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일자리 470만개가 고정되면서 극한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김 위원은 한국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일자리 470만개가 고정되면서 극한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이미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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