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필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며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일주일에도 수십 통씩 날아오는 학회 초청 이메일 속에서(대부분은 프레데터 학회에서 무작위로 뿌린 이메일들) 메달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이메일은 눈에 띄었다. 먼저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스웨덴에서 온 이메일이었고, 이메일에 포함된 링크를 따라가 보니 수상자 중에 아는 얼굴이 있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메달을 받겠다고 했다. 이 메달을 수여하기 위해서는 학회에 등록해서 발표해야 했는데 등록비를 입금하기 바로 직전, 이 단체에 대해 다시 한번 구글 검색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단체는 프레데터 저널과 학회를 보유하고 있는, 논란의 중심인 단체였다. 지금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교수를 사칭하는 한 과학자가 스웨덴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프레데터리 저널과 학회 리스트 일부가 언급된 링크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과거에는 지금만큼 출판사의 개수도 많지 않았고 각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저널의 수도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근래에 들어 일명 네임벨류가 있는 저널들은 자매지의 개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몸집을 불렸고, 신생 출판사들도 많이 생겨났으며 그중에는 프레데터 저널들도 있다. 프레데터 저널에 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프레데터 학회 또는 스캠퍼런스(scamference)이다. 새로 생겨난 과학단체들은 논문 출간뿐 아니라 새로운 학회들도 만들어 비즈니스 확장을 해나가는데, 개개인의 연구자들은 어느 학회가 연구비를 쓸 만큼 가치가 있는 학회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학회와 저널을 비즈니스 측면으로만 본다면 상당히 매혹적일 것이다. 출판사의 경우는 저자로부터 논문 게재료(한편을 내는데 600만원이 넘기도 한다)를 받는데 독자(보통은 학교 또는 기관에서 구독료를 한번에 낸다)로부터도 돈을 받는다. 학회의 경우 인당 참가비가 50만원에서 100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고객들의 불만이 있더라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연구비라는 특성상 연구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까다롭게 구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학회들이 학회의 인지도를 키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몇 개 있다. 흔한 방법은 초청 연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보통 초청 연사는 한 세션당 (약 4~6개의 발표로 이루어져 있고 한 세션이 끝난 후에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한 개 정도가 일반적인데, 어떤 학회는 모든 발표가 초청 연사들로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학회는 연사를 모시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연구자로서는 일반발표보다 초청발표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서로의 요구(needs)가 충족된다. 두 번째 방법은 상을 주는 것이다. 상을 제정해서 수여하게 되면, 저명한 과학자들을 신생학회에 초청하기 좀 더 쉬워진다. 그뿐만 아니라 수상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학회를 한 번 더 알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학회가 이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말한 메달은 최근 필자가 교신저자로 낸 논문을 바탕으로 선정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이 메달이 학회의 인지도와 규모를 키우는 데 이용이 되었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물론 작은 규모의 단체나 학회가 이러한 방식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학회가 시작부터 여러 가지로 법적, 도덕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량의 메달 수여를 통해 그 인지도와 규모가 커진 탓에 앞으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단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학회를 만든 사람은 스웨덴의 링세핑 대학교 교수를 직함으로 활동했는데, 해당 학교에서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그 외에도 논문 조작 등 연구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들이 밝혀지고 있고 그의 여러 논문이 철회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프레데터 저널/학회들을 걸러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초청 연사 자리뿐만 아니라 메달까지 준다면 그 학회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단체와 학회는 이미 그 규모가 커져서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들과 정보로는 의심스러운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는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논란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수상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미 저명한 과학자들이 하나둘씩 이 메달을 받고 있다. 이들의 수상은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시 한번 홍보가 되면서 이 학회와 메달의 사실 여부를 흐리게 한다. 과학계의 자정작용이, 불어나고 있는 프레데터 저널/학회에 뒤처질까 두렵다.

※참고

https://www.evscienceconsultant.com/blog/predatory-award-organization-new-scam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8070

https://liu.se/en/news-item/granskning-oredlighet

https://retractionwatch.com/2018/04/25/author-under-fire-has-six-papers-retracted-including-five-from-one-journal/

* 이번 칼럼을 끝으로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이야기> 코너를 종료합니다. 그동안 본 칼럼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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