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이미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으로 감염병과 암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신저RNA(m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은 그 첫 증거가 될 것이다.
지난 11월 초 세계는 코로나19에 대한 희소식을 접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텍, 그리고 미국 모더나가 임상중인 코로나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임상 3상 시험의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점과 함께 두 백신은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메신저RNA로 만들었다.
메신저RNA는 DNA 유전정보의 복사본으로, 리보솜으로 가서 아미노산들을 지정해 단백질을 합성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이 연결된 상태로 접히면서 입체 구조를 만든 것이다.
메신저RNA 백신은 인체 세포에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정보를 제공한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생성되면 질병은 유발하지 않지만 인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그 결과 사람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는다. 메신저RNA는 이론적으로 어떤 단백질도 만들 수 있다. 메신저RNA 백신 전문가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노버트 파르디 교수는 지난달 25일 과학매체 ‘더사이언티스트’에 “메신저RNA 백신은 바이러스나 그 단백질을 이용한 백신보다 훨씬 생산하기 쉽다”고 밝혔다.
메신저RNA로 질병과 싸울 유용 단백질을 생산하자는 개념은 수십 년 전에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 임상시험에 성공한 적은 없다. 파르디 교수는 “메신저RNA 백신을 실제로 믿었던 사람들은 소수였다”며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백신의 성공은 RNA 연구 분야에 정말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메신저RNA 백신의 유용성을 실제 감염병 상황에서 입증할 기회를 잡았다”고 했다.
○ 지방 입자로 감싸 RNA 전달력 높여
1990년대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 세포에 RNA나 DNA 같은 유전자를 주입하면 질병과 싸울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방법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잠재력을 가졌다. 이론적으로 단백질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인체가 병원체나 암, 희소 유전병 같은 질병과 싸울 면역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메신저RNA는 가능성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었다. 메신저RNA가 만든 단백질은 양이 적고 인체에서 너무 빨리 분해돼 치료제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특히 RNA는 합성하는 단백질과 별개로 그 자체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파르디 교수는 “만약 외부 RNA를 사람이나 동물에 주사하면 매우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RNA에 유전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인체가 그에 대항하는 방어 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백신의 선구자인 마가렛 류 국제백신학회 이사회 의장은 “이런 문제점 때문에 메신저RNA 백신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됐다”며 “많은 과학자들은 대신 안정성이 높고 사용하기 쉬운 DNA 백신 개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류 의장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의 과학자문단에도 속해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앤텍의 코로나 백신의 성공은 몇 가지 핵심 기술의 발전 덕분이었다. 2000년대 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카탈린 카리코, 드류 와이즈만 박사가 RNA를 구성하는 핵산(뉴클레오시드) 일부를 변형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메신전RNA 백신 개발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5년 발표한 논문에서 변형된 합성 핵산이 메신저RNA의 단백질 생산을 증대시키고 메신저RNA 자체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을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리코 박사는 현재 바이오앤텍의 수석 부회장으로 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메신저RNA가 인체에서 빠르게 분해되지 않도록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파르디 교수는 카리코 부회장, 와이즈만 교수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냈다. 메신저RNA를 지방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s, LNPs)로 알려진 작은 지방 거품으로 감싸 보호하고 세포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모더나를 포함해 여러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한 국제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기술 책임자인 닉 잭슨 박사는 “지난 4~5년 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메신저RNA의 전달이었다”며 “지방 나노입자의 놀라운 혁신 덕분에 마침내 메신저RNA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혓다.
○ “RNA백신의 전성시대 열렸다”
과학자들은 메신저RNA 백신을 광견병, 독감, 지카 등 다양한 감염병에 대해 임상시험했다. 아직 소규모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을 통과한 백신은 하나도 없다. 국제백신학회의 류 의장은 더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코로나 백신 두 가지가 가장 앞서 있다”며 “다른 백신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화이자/바이오앤텍과 모더나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보였다.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 두 백신 모두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 백신의 긴급사용승인 기준을 50% 이상 효능으로 정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난달 초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의 백신 임상시험 결과는 엄청나게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NIAID는 모더나와 또 다른 메신저RNA 백신을 공동 개발했다.
두 백신이 왜 앞서 다른 질병 예방을 위해 개발된 다른 백신보다 더 효과가 좋은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류 의장은 백신 개발에 투자한 자원의 규모가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의장은 또 백신의 높은 효능은 메신저RNA에 대한 비특이적 감염 반응을 유발해 원하는 면역반응을 더 강화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가설도 제시했다. 변형 핵산 기술이 감염 반응을 줄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류 의장은 한편으로는 이 가설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중에 심각한 두통과 발열 반응을 보인 점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지방 나노입자가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중증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메신저RNA 백신들이 왜 효과가 좋은지 설명하기는 이르다. CEPI의 잭슨 박사는 “아직 임상 중간 결과만 나왔고, 그마저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안정성 관련 정보를 철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백신 냉동 보관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화이자/바이오앤텍의 백신은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반면 독일 큐어백이 개발한 다른 메신저RNA 코로나 뱍신은 영상 5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 이 백신은 변형하지 않은 메신저RNA로 개발했으며,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이다.
과학자들은 메신저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의 초기 성공 덕분에 이 기술의 미래에 낙관적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파르디 교수는 “RNA 백신에게 정말 놀라운 시간”이라고 더사이언티스트에 밝혔다. 감염병에 더해 학계와 산업계의 연구자들은 메신저RNA 백신으로 면역체계가 암과 싸울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 파르디 교수는 “메신저RNA 기술의 가장 좋은 점은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백신 하나에 바이러스의 단백질 여러 개를 만들 유전자를 집어넣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해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CEPI의 잭슨 박사는 메신저RNA 백신이 잠재력을 내보이면서 더 많은 백신 제조사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메신저RNA가 감염병 발발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불러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참고자료
https://www.the-scientist.com/news-opinion/the-promise-of-mrna-vaccines-68202
※출처 : 한국과학기자협회 포스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121453&memberNo=36405506&navigationType=p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