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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바이러스 주입하는 '휴먼챌린지' 안전한 백신 만드는데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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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바이러스 주입하는 '휴먼챌린지' 안전한 백신 만드는데 기여할 것"

2020.07.02 17:12
미국 연구팀 NEJM 기고 통해 주장..."개발 속도 높이고 긴급 임상시험보다 안전성도 높일 수 있어"
2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에 들어간 물질은 17개다. 그 중 하나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사의  BNT162(사진)는 5월 23일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백신은 핵산(RNA)을 주입해 면역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전통적인 시험과 달리 여러 단계를 압축적으로 시행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방식의 단점인 안전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에게 접종 뒤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공격접종시험(휴먼챌린지)가 제안됐다. 바이오엔테크 제공
2일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 임상시험에 들어간 물질은 17개다. 그 중 하나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사의 ' BNT162(사진)'는 5월 23일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백신은 핵산(RNA)을 주입해 면역력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최근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전통적인 시험과 달리 여러 단계를 압축적으로 시행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방식의 단점인 안전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에게 접종 뒤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공격접종시험(휴먼챌린지)'가 제안됐다. 바이오엔테크 제공

신종 코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개발 속도와 함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바이러스에 인위적으로 감염시켜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인 ‘공격접종시험(휴먼챌린지)’을 포함한 새로운 백신 개발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에도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격접종시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긴급한 백신 개발 방식의 안전성을 보완하고 기초 바이러스학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미건 데밍 미국 매릴랜드대 의대 백신개발국제보건센터 교수와 ‘코로나19치료개입및백신가속화 워킹그룹’ 소속 연구자들은 “휴먼챌린지 과정을 포함한 ‘통제인간감염모델(CHIM)’을 통해 전통적 백신 개발보다는 빠르고, 현재 팬데믹 하에서 긴급하게 이뤄지고 있는 백신 개발 절차보다는 안전하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며 “부차적으로 바이러스 면역력과 백신에 의한 유도면역 기간을 평가하는 데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미국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1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CHIM은 휴먼챌린지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백신 개발 전략이다. 개발 기간이 수~10년 이상 걸리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전략이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긴급 개발과 다른 방식과 단계를 갖는다. 인간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바이러스 특성을 자세히 연구해 치료 방법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접종 시험을 정교하게 계산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참여 인원을 줄여 위험성을 낮추고, 효과 등 과학적 데이터를 더 신뢰성 높게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임상시험중인 코로나19 백신 17개...모두 팬데믹 타개 위해 긴급 개발중


연구팀이 CHIM을 제안한 것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통상적인 절차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안전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에 성공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백신 후보물질의 수는 17개다. 이 가운데 영국 옥스퍼드대와 생명공학사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개발중인 백신은 수천 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시험하는 임상 3상에 들어간 상태다. 이 임상시험은 1년간 시행되며 2021년 7월 종료될 예정이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첫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등장한지 1년 반~2년 만이다. 수백 명 참여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에 들어간 후보물질도 2개다.


감염병이 등장한지 불과 2년 만에 첫 백신이 등장할 가능성이 생긴 것은 팬데믹 상황에서 긴급성을 고려해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 대신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백신 개발은 후보물질 개발 뒤 각종 동물실험까지 전임상시험 단계를 여러 해 거친다. 이후 독성과 적정 투약 용량 파악을 위해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 시험에 들어간다. 안전이 중요하기에 임상시험 승인에만 여러 달이나 여러 해 걸린다. 승인 뒤에는 환자 모집을 하고 일정시간 시험을 진행한 뒤 결과를 분석하고, 다시 2상, 3상 순으로 진행한다. 이후 허가를 받고 대량생산에 돌입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전체 과정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으로는 코로나19처럼 확산이 빠른 감염병에 대응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 개발중인 백신은 일종의 압축 개발 절차를 따르고 있다. 여러 개의 후보물질을 동시에 발굴하고, 전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임상시험 준비를 병행한다.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경우 바로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 시설도 동시에 구축한다. 만약 임상시험 결과가 나쁘다면 구축한 대량생산 시설은 고스란히 폐기해야 해 손해가 크지만,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로 보고 진행한다. 


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4월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각국이 백신 개발 외에 생산과 분배를 위한 지원에 나서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어떤 백신이 효과적일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국들은 개발중이지만 결국 사용되지 못할 백신에 대해서도 생산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백신 개발이 끝난 뒤 생산시설을 짓기 시작하면 백신을 현장에서 사용하기까지 다시 몇 달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세 가지 백신 개발 전략의 일정을 비교했다. 전통적인 백신 임상시험은 모든 단계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 안전성이 높고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다. 하지만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맨 위). 현재 이뤄지는 긴급한 백신 개발은 이 기간을 2년 남짓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안전성을 확인해 나가는 게 아니라 단계를 병행하고 압축해 안전성에서 약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가운데). 연구팀은 사람에 대한 공격접종시험(휴먼챌린지)을 포함한 통제인간감염모델(CHIM)이 기존 개발 전략보다 기간을 단축시키면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아래). NEJM 제공
연구팀이 세 가지 백신 개발 전략의 일정을 비교했다. 전통적인 백신 임상시험은 모든 단계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 안전성이 높고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다. 하지만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맨 위). 현재 이뤄지는 긴급한 백신 개발은 이 기간을 2년 남짓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계별로 안전성을 확인해 나가는 게 아니라 단계를 병행하고 압축해 안전성에서 약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가운데). 연구팀은 사람에 대한 공격접종시험(휴먼챌린지)을 포함한 통제인간감염모델(CHIM)이 기존 개발 전략보다 기간을 단축시키면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아래). NEJM 제공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백신'에서 제3의 개발 방법도 필요

 

문제는 안전성이다. 백신은 일반인 다수가 무조건 맞아야 효과가 큰 만큼 안전성이 그 어느 약보다 중요하다. 이번 기고에서 연구팀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백신 개발이 신속하지만, 많은 절차를 중첩하거나 압축해서 안전성 부분에서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체계적이고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얻고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휴먼챌린지를 포함한 CHIM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HIM의 경우 초반 후보물질 개발은 보통 백신 개발과 비슷하게 이뤄진다. 이후 약화시킨 병원체를 개발하는 등 공격접종시험을 위한 모델을 개발하는 단계가 추가된다. 최적의 효과 확인을 위한 대상자 설계 등도 이뤄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 등도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준비되면 자원자를 소수 모집해 백신을 접종하고 바이러스에 노출시킨다. 일반 백신 임상시험의 경우 백신 접종 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격접종시험의 경우 바이러스 노출이 분명하게 확인되기 때문에 임상시험 자체는 금세 끝난다. 연구팀은 "CHIM을 통해 감염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참여자 수를 줄이면서 과학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결과 데이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IM에서 논란의 핵심은 '휴먼챌린지'의 도입이다. 윤리성 때문이다. 아무리 통제된 조건에서 인위적으로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쓴다고 해도 인간에게 직접 병원체를 주입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으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WHO가 5월 초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관련 보고서를 초안을 공개하는 등 적어도 건강하고 젊은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휴먼챌린지에 대해서는 도입 가능성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임상시험에서 참여자들은 자연 조건에서 병원체에 노출된다”며 “특성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가장 좋은 위험에 노출되며 이 중에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CHIM은 바이러스 노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종료 시점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참여자 수를 줄일 수 있어 위험성이 더 큰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져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집중된 노년층을 시험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는 렘데시비르나 일부 효과를 낼 수 있는 덱사메타손 등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일부 후보물질도 제시된 상황이다.


연구팀은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 통제 임상시험이 가장 효과적이고 일반적이며 과학적으로 견고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백신 개발 전략임은 분명하다”며 “CHIM 개발은 백신 후보물질 개발의 후기 작업을 가속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 지속시간과 미래의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에 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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