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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타령'에 지친 한국 과학계…'코로나19'로 국제적 재조명

네이처 인덱스 "한국, 기초연구 증진시키려는 모습 고무적"
코로나19 방역으로 전 세계 각광 속 한국 과학계 집중 분석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20-05-29 06:45 송고 | 2020-05-29 08:55 최종수정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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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국제적으로 재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전 세계 연구기관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의 한국판 특집을 28일(현지시간) 발간하면서 한국이 어떤 국가보다 신속히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하는 등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사이언스지와 더불어 과학저널 쌍두마차로 통하는 영국 네이처지가 한국 과학계를 집중 조명한 것은 '대전 엑스포'가 열린 1993년 이후 27년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전세계가 주목…"선도자 목표 반영"

이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및 의료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학계는 그간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받는 것에 비해 드러나는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성과의 기준은 눈으로 보이는 직접적인 성과이자 '이웃국가' 일본이 여러 차례 받아온 노벨상 수상일 때가 많았다.

네이처는 이번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 특집호'를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 비중은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가 되겠다는 목표가 반영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2000년과 2018년 당시 한국의 R&D 투자 비중을 각각 비교해보면 2000년 2.1%였던 비중이 2018년에는 4.5%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R&D 예산은 24조원으로, 이는 2019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9.1%)의 약 두배인 18%가 증액된 규모다.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네이처 인덱스 개발자는 "한국이 응용연구뿐만 아니라 기초연구를 증진하려는 정부 이니셔티브(initiative·주도권)를 보이는 건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네이처는 한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눈에 띄는 방역 및 의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부의 '톱다운(top-down, 하향식) 방식'이 유효했다고 꼽았다. 위에서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톱다운 방식이 정부와 학계, 산업계간 강한 유대를 형성시킴으로써 정보통신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네이처는 K-방역의 중심인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톱다운 방식의 긍정적 산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 4곳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준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금을 받은 업체들이었다.

네이처는 또 한국 전체 R&D 지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에서 삼성과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의 기초연구비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 특집호'에 실린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IBS RNA 연구단 단장). (네이처 인덱스 캡처) 2020.05.28/뉴스1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 특집호'에 실린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IBS RNA 연구단 단장). (네이처 인덱스 캡처) 2020.05.28/뉴스1

◇기초연구 가속화 전망…'노벨상 갈증' 풀지 주목

네이처의 이같은 분석은 향후 한국 과학계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기초연구 가속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조명하며 '과학자의 낙원'으로 불리는 일본 리켄 연구소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곳 모두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기관이다.

특히 이 안에서도 IBS RNA 연구단을 짚어 소개했다. IBS RNA 연구단은 국내 과학계에서 '노벨상 0순위 후보'로 불리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끌고 있다. IBS RNA 연구단은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분석해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당시 IBS 홈페이지에 'IBS가 밝혀낸 코로나19 유전자 지도의 의미'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꾸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련의 분위기가 노벨상에 대한 우리 과학계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해 24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나 우리나라는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 외에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다.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다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탄탄한 기초과학'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일본은 노벨상이 처음 수여된 1901년부터 생리의학상 수상자 유력 후보에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포함돼 있을 정도로 기초과학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었다. 한국의 기초과학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 때부터 시작됐다. 이마저도 1960년대 산업 발전을 위한 응용연구에 매진하느라 실질적 투자는 80년대나 돼서야 이뤄졌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과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네이처 인덱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과학계가 점차 '상향식의 기초·창의연구'로 전환 중임을 시사했다. 염 부의장은 우리 과학계의 논문 중심 평가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이런 구식 문화는 창의성의 발현을 막는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도 "최상위 연구가 임팩트팩터나 인용횟수 기준일 필요는 없다"며 "한국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따르기보다 우리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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