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저널클럽

햇빛 노출 시간과 식사 시간 조화, 건강한 생활 밑거름

최한경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신경과학 저널클럽]햇빛 노출 시간과 식사 시간 조화, 건강한 생활 밑거름

건강한 생활 리듬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일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볼거리가 가득하고, 간단한 앱 조작으로 야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요즘엔 건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가 특히 어렵다. 우리 몸의 생체리듬은 뇌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에서 조율한다. 몸의 표준 시계 역할을 하는 시교차상핵은 시간을 재는 기능 외에 외부 환경이나 우리의 활동을 반영하여 시간을 재조정하기도 한다. 특히 ‘빛과 식사’는 우리 몸의 시계가 참고하는 중요한 정보다. 해외여행을 가면 처음 며칠은 시차로 고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는 것이나 늦게 자고 야식을 먹는 습관이 생활 리듬을 점점 늦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신경과학적 원리가 이런 현상을 만드는 걸까.

시교차상핵의 시계는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직접 빛을 탐지할 수 있는 세포는 없다. 빛은 눈에서 감지되는데,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빛을 감지하는 세포는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 빛을 감지하는 세포와 종류가 다르다. ‘추상세포’와 ‘간상세포’는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하여 빛을 감지하여 시각을 형성하고, ‘감광신경절세포’는 멜라놉신이라는 단백질을 활용해 빛을 감지하여 시계를 조율한다. 음식에 의한 생체시계 변화는 빛에 의한 변화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뇌와 호르몬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빛도 시간을 알려주고 식사도 시간을 알려준다면, 두 종류의 시간 자극은 어떻게 통일된 결론을 만들 수 있을까. 각각의 신호가 다른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조정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국립보건원의 새머 하타르 박사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했다. 실험실에서 키우는 생쥐는 대부분 야행성이라 밤에 활동하고 먹이도 밤에 먹는다. 조명이 없이 어두운 상태에서 시간을 알 수 없게 사육하더라도 생쥐는 밤이 되면 깨어나서 돌아다니고 먹이를 찾아 먹는다. 하지만 먹이를 밤이 되기 전 오후 무렵에만 제한적으로 공급하면, 생쥐들은 곧 이를 알아채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다 먹이가 주어지면 재빨리 먹는다. 급식시간을 생각하면 사람이나 생쥐나 비슷하다는 걸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감광신경절세포가 없는 돌연변이 생쥐는 빛으로 조작된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하타르 박사 연구진은 이 생쥐가 식사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이 돌연변이 생쥐는 음식이 오는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고, 먹이가 주어진 이후에야 일어나 먹었다. 만약 제한급식 상황에서 이 돌연변이 생쥐가 일반적인 생쥐와 함께 살았다면 먹이 시간을 맞추지 못해 배불리 먹지는 못했을 것이다. 돌연변이 생쥐에서 사라진 것은 빛을 전달하는 세포인데, 왜 먹이가 공급되는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는 걸까. 연구진은 감광신경절세포와 시교차상핵을 잇는 신경의 회로를 탐색하였다. 감광신경절세포와 시교차상핵은 직접 연결되어 있지만, ‘슬상 간엽’이라는 지역을 경유한 연결도 추가로 지니고 있다. 이 슬상 간엽이라고 하는 ‘타깃 지역’은 ‘뉴로펩타이드Y(NPY)’ 발현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세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 NPY 신경세포는 먹이 시간을 예측할 때 더 많은 활성을 보였다. 이들 신경은 다시 중추시계로 연결되면서 식사 시간을 예측하게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빛 정보와 식사 정보는 별도의 신경회로를 통해 우리 몸의 시계로 전달되지만, 그 경로상에 해부학적 접점이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슬상 간엽 NPY뉴런의 감광신경절세포 의존성은 태어나서 사춘기를 시작하는 무렵까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련의 상호연관성은 어린 시절부터 빛에 노출되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평생의 건강한 생활 리듬을 형성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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