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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6 11:29

수정 2020.05.26 11:29

마약. 게티이미지 제공
마약.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마약중독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뇌연구원(KBRI)은 포스텍 김정훈 교수 및 이주한 박사, 한국뇌연구원 구자욱 박사,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대학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이 코카인 중독에 콜린성 뉴런의 도파민 D2타입 수용체(DRD2)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약물 중독은 유해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약물, 즉 마약류를 강박적으로 찾고 사용하는 행동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대인관계 문제, 신체적 피해 등으로 이어지면서 큰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대마, 코카인 같은 마약류가 체내에 들어가면 뇌 속에 쾌락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 농도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약물에 대한 갈망을 일으킨다.

그런데 약물 중독에는 개인차가 있다.
똑같은 식사량에도 더욱 살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마약에 노출됐을 때 유독 중독에 더 잘 빠지는 취약한 사람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신경생물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연구진은 코카인을 자가 투여하는 실험쥐 모델 연구를 통해 중독에 취약한 마우스의 대뇌 속 콜린성 뉴런에서 DRD2라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지나치게 많이 나타나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 똑같이 코카인을 투여하더라도 중독에 취약한 실험쥐에서만 콜린성 뉴런에서 DRD2가 증가하고 세포활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콜린성 뉴런은 신경섬유 말단의 신경세포로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영역인 중격의지핵의 1~2% 정도를 차지하면서 해당 부위 활성을 조절한다. 이는 콜린성 뉴런에 발현된 도파민 D2타입 수용체가 뉴런 스스로의 활성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중격의지핵 내에 1~2%로 존재하는 콜린성 뉴런이 주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돌기뉴런의 활성을 다양한 방향으로 조절함으로써 중독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뇌연구원, 포스텍 공동 연구진은 "개체간 콜린성 뉴런 내 유전자 발현 양상을 전유전체 수준에서 탐색함으로써 중독 연구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며 "왜 중독 취약성 개체군에서 DRD2가 더 많이 발현하는지 세부적인 분자기전뿐만 아니라, 이를 조절하는 후보 약물의 효용성을 후속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의 대표적 학술지인 생물정신의학 5월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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