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활동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의 발전소 같은 존재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nuclear DNA)와 전혀 다른 자체 DNA를 갖고 있다. 이 미토콘드리아 DNA(mtDNA)에는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13종의 단백질 합성 정보가 들어 있다.
세포핵의 DNA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했을 때 부모로부터 각각 절반씩 받는다. 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를 통해 모계로만 유전된다.
보통 하나의 세포에는 두 벌의 핵 DNA 카피가 있지만, mtDNA 카피는 수백에서 수천 벌에 달하기도 한다.
mtDNA는 세포의 발달이나 노화 과정에서 계속해 복제되기 때문에 일부 카피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정상 mtDNA와 돌연변이 mtDNA가 뒤섞여 세력 확장을 위해 항상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돌연변이 mtDNA 중 일부는 잠정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
처음 생겼을 때부터 유해한 mtDNA의 비중이 작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이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해한 돌연변이 mtDNA의 비중이 점차 커진다.
하나의 세포 안에서 유해한 돌연변이 mtDNA의 비중이 60% 내지 80% 선을 넘어서면 정상적인 세포 활동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부족해 질병 증상이 나타난다.
난자에서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비중이 높으면, 이런 ‘미토콘드리아 병(mitochondrial diseases)’ 증상은 자녀에게 유전될 수 있다. 지금까지 350종이 넘는 mtDNA 돌연변이가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치료법은 아직 없다.
영국 과학자들이 미토콘드리아 병의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효소 단백질을 초파리 실험에서 발견했다.
연구진은 관련 논문을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케임브리지대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는 영국 암연구소, 웰컴 트러스트 재단 등도 참여했다.
케임브리지대가 2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진은, 실험 대상인 초파리의 수정체에 다른 제2의 암컷의 mtDNA를 넣어 ‘세 부모 초파리(three-parent flies)’ 모델을 만들었다. 세포핵 DNA는 수정체를 만든 부모로부터 받았고, mtDNA는 두 번째 암컷에서 받은 것이다.
생쥐 모델과 인간 세포주에는 이런 실험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신체 조직에 따라 돌연변이 mtDNA가 유발하는 질병의 혹독함이 다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이번 초파리 실험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개별 세포핵 유전자가 정상 mtDNA와 돌연변이 mtDNA 간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유전자 스크린(genetic screen)’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유해한 돌연변이 mtDNA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는 데 다수의 세포핵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걸 발견했다.
특히 이런 세포핵 유전자 중 하나는 ‘mtDNA 폴리메라아제’라는 단백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폴리메라아제는 DNA와 RNA 합성에 촉매로 작용하는 효소를 말한다.
이 mtDNA 폴리메라아제의 분비를 억제하면,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초파리의 건강한 mtDNA 비중이 20%에서 75%로 커졌다. 이렇게 되면 다음 세대 초파리에선 미토콘드리아 병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결론은, 세포핵 유전자의 활동을 줄이면 유해한 mtDNA 돌연변이를 거의 전부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로는 미토콘드리아 병 치료제 개발의 잠정적 표적이 될 수 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거든 연구소(Gurdon Institute)의 마한송 박사는 “개별 세포핵 유전자의 변화를 유도하지 않고, 관련 단백질의 생성량만 줄였는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DNA의 비중이 커졌다”라면서 “이 부분이 미토콘드리아 병 치료 약으로 개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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