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정책, 대전환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BRIC  |  2018.06.05 14:21  |  조회 2,924

나라다운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한반도 평화처럼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분야도 있지만 큰 변화를 기대했는데 과연 달라진 게 뭐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분야도 있다. 과학기술계가 그중 하나이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에 던진 메시지는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 취급하며 단기적 성과 위주로 지원한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이 국가의 과학 경쟁력을 퇴보시키고 있음을 적시하면서, 과학기술 본연의 가치 추구를 위한 기초연구를 중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녹색성장이다, 창조경제다 하는 경제정책 구호에 따라 연구개발비 투자가 널뛰기를 하며 연구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걸 보는 데에 넌더리가 난 연구자들은 과학기술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하며 박수를 보냈다.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통한 과학기술 미래역량 확충”이 새 정부 과학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이런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새 정부 기초연구 지원 정책의 골자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을 2022년까지 2배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하므로 해마다 일정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에서 예기치 않게 예산이 삭감돼 과연 계획대로 실현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게다가 내년도 예산 작업이 한창인 현재, 정부 내에서조차 기획재정부가 기초연구사업 확대에 회의적이어서 예산 편성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의 정책 실행 의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상황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연구비 전체의 관점에서 기초연구 강화와 과학기술 미래역량 확충을 연결시키는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 각 부처가 국책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 그러니 연구개발의 성공 여부는 국책사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책사업은 부처 간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중복투자, 비효율, 과제의 기획과 선정을 둘러싼 불공정성까지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다. 게다가 예산권을 쥔 기재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단기적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운 기술개발 사업이 앞다투어 만들어지며 부처별 사업은 기술개발 사업만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마저 생겨났다. 이런 관행을 깨뜨리고 국책사업에서도 기초연구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과학기술 미래역량 확충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과학정책에 국책사업의 혁신에 대한 구체적 방향과 실행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 부처별로 난립한 연구관리기관을 연구 목적에 맞게 기능별로 통합한다는 계획은 있지만, 부처들의 반발로 실행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만 들린다. 그러는 사이 실제 현장에서는 수많은 기술개발 사업이 과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계속 기획되고 있으니 정부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게 뭐냐는 실망의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연구자들이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려면 연구자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며 정책 실행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기초연구사업을 2022년까지 2조5천억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책사업의 혁신 방안도 더 늦지 않게 나와야 한다. 바로 시행할 수 있고 연구자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책사업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연구력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자유공모형 사업 시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정부가 기초연구에 대한 비전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대 호원경

* 본 글은 한겨레 오피니언에  올려진 내용으로 공유가능 여부를 확인받고 브릭에서 호원경교수님의 이름으로 공유한 글입니다. (2018-06-08 오전 8시 29분 수정)    

태그  #기초과학   #연구자주도   #과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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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이건뭐지  |  2018.06.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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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Sky  |  2018.06.07 06:59     
호원경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일단 공감 누르고 글 적습니다 :)

생각난 김에 2차 과학기술기본계획 (2008-2012), 3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3-2017), 그리고 얼마전 발표된 4차 (2018-2022) 찾아서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물론 표현 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예외없이 화려한 수사들과 긍정적인 미래들이 가득하더군요. 2/3차가 그대로만 이루어졌다면 2022년까지 이루겠다는 4차 기본계획의 목표는 이미 성취하고도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4차 과학기술기본계획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진 않습니다. 특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산술적인 목표(e.g., SW전문기업 갯수, 피인용 논문 비중 등)가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교수님게서 걱정 하시는 것처럼, 기초연구 사업은 2배로 확대될까요? 중복되거나 의미없는 국책사업들은 통합되거나 사라지게 될까요? 그런데 예산권을 쥔 사람들에게 의지가 없는 것 같은데, 저런 공허한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대통령께서 강력히 추진하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던가요?

<4차 계획>에 나와 있는 그대로 2022년엔 좀 더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지만, 2012년과 지금이 큰 차이 없었던 것 처럼, 앞으로도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만일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면.. 우린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건지..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저는 그냥 자조적인 웃음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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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일치  |  2018.06.07 15:42     
이 문제와 관련해서 더 이상 BRIC에서 공론화 하지 않으며 BRIC을 떠나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하셨던 호교수님께서 다시 돌아 오셨군요.

후배들에게 언행일치 모범을 좀 보이시는 것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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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뭐지  |  2018.06.08 10:48     
이보세요 좀 알고 씁시다. 아니면 알아보고 쓰던지. 아래 BRIC에서 쓴 글 읽어보세요. 교수님이 올린 것이 아니라 BRIC에서 했다고 합니다. 자 이제 다음 스텝은 "언행일치"님이 정중하게 호원경 교수님께 익명으로 가르치듯이 한 행동에 대하여 사죄해야겠지요.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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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018.06.08 14:02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지나갔는데 위에 이건뭐지님,

사죄는 본인 마음에 안 들게 비공 결과가 나왔다고 무뇌 어쩌고저쩌고 한 님께서 우선 하셔야지요. 그나마 지금 쓰시는 걸 보니 본인이 삭제하신 건 아닌 것 같고 욕설로 블라인드 먹고 얼렁뚱땅 넘어가서 또 쓰시는 겁니까? 언행일치님이야 브릭에서 호교수님이 다시 쓰신 것처럼 했으니 당연히 저런 반응이 나온 것이고요.

지난 번 이 글 봤을 때는 공감3, 비공8인가 그랬는데 비공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은 뭔가 공감 못할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겠죠. 여기 바이오 하는 분들 특징 보면 본인들과 생각이 다르면 다 무슨 학부생, 어디 이상하게 적응 못하는 박사과정생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막상 올라오는 글들 보면 회사에 종사하는 분들, 공학계, 의치약계, 여타 이학부 등 다양하더군요. 바이오 대학원생이 많긴 하지만 전체 박사나 박사과정생의 과반수도 아닌데 당연한 거죠. 이러면 여기는 바이오 연구주제'만' 다루는 곳이다라고 항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러면 실명제로 전환하시기를 바랍니다. 솔직히 온갖 문법나치, 반말로 비아냥대기, 진지한 고민에 '팩트폭행'이라는 이름하에 상처를 주는 글들 보면서 이게 무슨 국내 최고의 리서치 커뮤니티냐 그냥 일브릭베스트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익명으로 쓰는 건 익명게시판이라 그런 것이지 저라고 제 이름 걸고 이런 글 못 쓸 이유도 없습니다. 물론 특히 인건비나 연구비 관련해서 못 쓸 일부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 뭐 정치적인 이야기는 배제하더라도- 브릭 같은 소규모 게시판에 매크로 돌릴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 국가 경제가 어려운데 기초에 투자하는 것에 회의적인 타 분야 사람이라 공감 못할 수도 있고 다른 한겨레 오피니언 글들 보면 썩 수준이 좋지 않아 그 시리즈 보기 싫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랑 공감 안 하면 X새X라는 선민의식, 국개론은 버리시길 바랍니다. 매우 보기 안 좋을 뿐더러 도리어 글쓴 교수님 본인께 폐가 됩니다. 무슨 가족 관계자 아닌가 하는 의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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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  2018.06.08 15:59     
위 주장에 대한 의견과 토론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언행일치분님, 이건뭐지님, 1님 모두 본문과 무관한 의견만 올리시는 것이 더 보기 불편합니다.
왜 저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주장에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등을 이야기하는게 중요한 것 아닌지요?
의도성을 갖고 토론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보이니 회원제로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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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  2018.06.15 07:59     
브릭이 무단 퍼온곳이 아니고 본인허락 하고 올린거면 당연히 브릭에 직접 올린거와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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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  2018.06.08 08:40     
본 글은 한겨레 오피니언에 올려진 내용으로 공유가능 여부를 확인받고, '연구자 주도 연구지원 확대'와 연관된 의견으로 판단되어 브릭에서 호원경교수님의 이름으로 공유한 글입니다.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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