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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미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체의 DNA 분자구조는 다 같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DNA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모든 생명체의 DNA 염기서열을 읽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모든 생명체의 DNA 염기서열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형/교정시킬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자가위를 개발하거나, 기존의 유전자가위의 문제점을 밝혀내거나, 밝혀진 한계점들을 극복해 내는 연구들은 모두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본 논문은 현재 가장 뜨겁게 관심을 받고 있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 그 중에서도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새로운 문제점을 처음으로 밝혀낸 연구입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변형하여 DNA의 한 쪽 가닥만을 자르도록 한 Nickase Cas9 (nCas9)과 타겟 DNA의 염기를 변형시킬 수 있는 탈아미노효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2017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리우 교수팀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DNA를 기질로 하는 아데닌 탈아미노효소(Adenosine deaminase)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리우 교수팀은 운반 RNA (transfer RNA)에 작용하는 RNA 아데닌 탈아미노효소를 인공적으로 진화시켜서 지금의 DNA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전까지 보고된 바가 없었는데,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아데닌 이외에 시토신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본 연구팀이 처음으로 보고했습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시토신 염기치환이 시토신 주변의 염기서열에 영향을 받아 시토신의 5‘에 티민이 존재할 경우에 높은 효율로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러한 시토신 염기교정의 범위가 기존의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보다 좁은 범위 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또한, 시토신 염기교정이 세포 내 환경이 아닌, 시험관 내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 현상이 세포 내의 다른 기작이 아니라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본연의 활성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도 입증하였습니다.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2012년 말, 당시 서울대 김진수 교수팀, 미국 버클리대학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팀, 미국 브로드연구소의 장펑 교수팀 등 몇몇 연구그룹에서 독립적으로 미생물의 면역시스템에서 유래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유전자가위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해왔는데, 최근에는 DNA를 자르지 않으면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 이중나선의 절단을 기반으로 유전자교정을 유도하였는데, 이는 그 자체로 세포에 여러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한 DNA 이중나선 절단이 1kb 이상의 긴 DNA 손실이나 염색체 전좌(translocation) 등을 야기한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더욱더 DNA를 절단하지 않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소개된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존의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개선하는 연구나,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나 삽입효소(integrase), 트랜스포사제(transposase) 등을 활용한 새로운 유전자가위 등을 개발하는 연구들이 크게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본 연구팀(한양대학교 화학과 분자유전공학연구실)은 2015년 처음 꾸려진 이래로, 유전자교정 플랫폼 구축, 유전자가위 작동 메카니즘 규명, 유전자 치료제 개발, 농작물 품종 개량 등 생명정보학에서부터 의약학 분야까지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학원생(8~9명)과 박사후연구원(2~3명)과 함께, 매주 이 분야의 연구논문들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유전자교정 플랫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김헌석 박사와 정유경 학생이 모든 실험과 분석을 진행하였고,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님과 긴밀한 논의를 하면서 지금의 연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을 제공해준 고려대 우재성 교수님, 이스나 학생과 경희의대 허준호 교수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문제점이나 한계점들이 보고되기도 하지만, 많은 연구진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고, 더욱 개선된 형태의 새로운 유전자가위가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은 기존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달리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단일 염기를 매우 정교하게 교정해 내기 때문에 매우 획기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본 연구팀을 비롯해 3~4개 연구진들이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오작동 문제, 표적이탈 효과, 무작위적인 변이 유도 등의 문제점들을 보고하고 있고, 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본 연구팀은 이와 관련하여, 1)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의 오작동 문제점 개선, 2)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훨씬 정교한 시토신 염기교정 활용, 3) 기존의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DNA 삽입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개인적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의 첫 아이디어는 박사후연구원인 김헌석 박사가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가 간헐적으로 시토신도 치환시킨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세포에서 시토신이 항상 치환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현상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명제에서 연구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후속 실험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특정 DNA 모티프에서, 그리고 제한된 타겟 윈도우 안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노이즈(noise)’라고 부르는 것들도 사실 그 속에 우리가 모르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적인 말 같지만, 사소한 현상들에 대해 쉽게 지나치기 보다는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깊이 파고드는 자세가 이번 연구에서는 아주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지난 15년간 국내에서 훈련받고 연구를 진행해 오면서, 국내 연구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느끼고 있고, 또한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연구수준이 한층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수(또는 PI) 사이의 중간과정인 박사후연구원들의 연구환경이 더욱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포스닥 과정 때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포스닥과정은 박사학위는 받았지만 급여는 많지 않고, 위치는 불안정해서 언제 정규적인 직업을 갖게 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계속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포스닥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이는 포스닥 본인들에게도 좋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안정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PI들에게도 도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 분야는 국내 연구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시기, 당시 서울대 김진수 연구팀이 첫 돌을 얹은 후에, 여러 후학 및 연구자들이 이 분야를 함께 발전시켜왔습니다. 지금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연구논문들이 국내에서도 매년 수십 편씩 쏟아져 나오고 있고, 농식물 개량 및 유전자 치료분야에서 실용가능성이 높은 성과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기술과 분야는 발전가능성이 크고, 그 활용도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연구원들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본 연구팀이 그 동안 개발해온 기술과 노하우들을 많은 연구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이는 유전자가위 연구팀에게는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전자가위 기술은 ‘부엌칼’과 같은 도구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활용해 한식, 중식, 양식 등과 같은 맛있는 요리를 해줄 공동연구자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앞으로도 본 연구팀은 더욱 정교한 부엌칼을 만들고, 또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과 분석기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본 연구팀에서는 유전자가위를 누구나 쉽게 디자인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기술 전반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웹사이트(http://www.rgenome.net/)를 통해 공개해오고 있는데, 전세계 130여개국에서 하루 평균 250여명의 연구자들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지원해 주신 양가 부모님과 헌신적인 아내,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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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는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의 단독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관련 사이트 :
- 2019 국내 바이오분야 연구성과 및 뉴스 Top 5
- 연구자가 선정한 2019 국내 바이오 성과∙뉴스 Top 5 (Bio통신원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