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내 바이오 성과 Top 5 선정] 서울대학교 오석배 교수
"NK세포로 만성 통증 치료 매커니즘 규명"

Natural Killer Cells Degenerate Intact Sensory Afferents following Nerve Injury. Cell, 176(4), 716-728.e18 doi:10.1016/j.cell.2018.12.022

인터뷰 내용
-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 및 의의
- 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 흐름
- 함께 진행한 연구진 소개
-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계획
-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 과학자로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에 관한 의견?
- 학생/후학들을 위한 조언
- 그 외의 말씀 또는 바람

오석배 교수 약력 (PDF파일)

오석배 교수

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NK세포(Natural Killer cell,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선천성 면역 세포로 그동안 NK세포에 관한 연구는 주로 암세포나 바이러스의 살해 효과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문에서는 NK세포가 신경계에도 작용하여 손상된 신경을 제거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밝혔습니다. 외상, 당뇨병, 항암제 등으로 인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손상된 신경에서만 선택적으로 RAE-1 단백질이 높게 발현되는데, 이로 인해 NK세포와 손상된 신경세포 간에 선택적 신경면역시냅스(neuro-immune synapse)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NK세포가 독성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손상된 신경들이 제거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말초신경 손상 후 자연살해세포(NK세포)에 의한 신경섬유의 제거 기전
이미지1. 말초신경 손상 후 자연살해세포(NK세포)에 의한 신경섬유의 제거 기전

 

본 연구결과, 손상된 말초신경의 퇴화가 NK세포에 의해서도 매개될 수 있으며, NK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손상된 신경이 완전히 제거되어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통증이 완화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난치성 만성통증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손상된 신경에 의해서 유발되는 것이며, NK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법이 만성통증의 근본적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입니다.

 

말초신경 손상 후 자연살해세포(NK세포)에 의한 손상신경 제거 및 신경재생 과정의 모식도
이미지2. 말초신경 손상 후 자연살해세포(NK세포)에 의한 손상신경 제거 및 신경재생 과정의 모식도
① 외상, 당뇨병, 항암제 등으로 인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② 손상된 신경은 기존에 알려진 내인성 요인에 의해 퇴화되지만, ③ 미쳐 퇴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손상된 신경의 경우 자연살해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완벽한 제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 ④ 이를 통해 신경의 효과적인 재생이 일어나며, ⑤ 결과적으로는 신경 재생이 이루어져, 이후에도 지속되는 만성적 통증으로부터의 기능적 회복이 가능하다.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통증을 유발하는 유해자극들이 우리 몸에서 신경계를 통하여 통증신호로 처리되는 분자 및 세포 기전을 말초 및 중추 수준에서 각 단계 (4단계: 전도, 전달, 인지, 조절)별로 규명하고, 이 기전들이 만성통증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증폭되는 지를 밝힘으로써 이를 타깃할 수 있는 진통제나 통증제어 방법을 개발하려는 기초, 중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통증의 진단과 치료 결과 및 예후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통증판정 기술의 개발도 통증 분야의 주요 연구 주제입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제1저자인 Dr. Davies는 삼차신경계 통증 동물연구를 위해 2009년 박사후연구원으로 저희 연구실에 왔다가 이 연구과제를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대학원생과 다른 박사후연구원이 이직하면서 본 연구과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결국 2017년까지 8년 이상을 머무르면서 연구실의 대학원생 (김형우, 김미선)과 연구원들 (이재희, 최자향)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10여년의 넘는 연구 기간 중 프랑스의 Dr. Vivier 연구실로부터 NK세포 특이적 유전자변형쥐를 제공받았고, 국내의 여러 연구진들(고려대, 경북대, 서울대 등)의 도움을 받았으며, 또한 마무리 단계에서는 미 하버드 대학의 Dr. Michael Costigan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마침내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7월 논문 투고 후 Dr. Davies가 영국 Oxford 대학교로 이직하면서, 논문 수정 중에는 Oxford 대학과도 협력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제1저자 Dr. Alex Davies
이미지3. 제1저자 Dr. Alex Davies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 논문에서 NK세포가 손상된 말초 감각신경의 제거와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였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많은 질문들에 대한 추가적인 기전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NK세포가 저희들이 이번 논문에서 확인한 말초 감각신경뿐만 아니라, 신경계에 존재하는 다른 신경세포들의 비정상적이거나 병적인 상태를 타깃하여 제거함으로써 기능적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지 확인하는 연구도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연구가 실험동물인 생쥐를 대상으로 수행한 것이므로, 같은 현상이 사람에서도 적용되어 난치성 만성통증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통증은 지난 30년간 제 연구 주제였습니다. 주변에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이 많고,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만성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만성통증은 난치성인 경우가 매우 많은데 이는 우리 몸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활성이 증폭된 채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통증 신호를 증폭시키는 원인들이 너무도 다양하여, 그 원인 하나하나를 다 타깃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해 왔고, 따라서 그 통증 신호를 증폭시키고 있는 비정상적인 신경 자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암세포에 대한 살해효과를 가지고 있는 NK세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만 한정지어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면 이번 연구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텐데, 인접 학문 분야 (면역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어, 많은 경우에 융합연구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좋은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이 연구는 시작에서 논문발표까지 10여년이 걸렸는데, 해당 연구과제가 2015년도 단계평가에서 탈락되는 바람에 연구비가 중단되어 실제로 연구에 큰 차질이 생겼었습니다. 그동안 국가 연구과제들을 단기간의 업적으로 정량적으로만 평가하였기 때문인데, 인건비를 제외한 최소한의 연구비 지원도 급작스럽게 중단하면서 현장의 연구자를 큰 절망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이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여전히 국가 연구비들이 기초연구보다는 응용/개발연구에 너무 치우쳐 있고, 또한 일부 특정분야에 매우 편중되게 지원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적합하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심 있는 연구주제를 끈기를 가지고 깊이 파고들고, 새로운 연구기법은 적절히 활용하되 너무 시류에 따른 연구를 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외부 여건을 너무 탓하지 말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차분히 하나씩 길을 찾아 나가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연구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생명과학분야의 연구자들이 직접 선정해주시는 BRIC‘2019 국내 바이오분야 (생명과학부문) 연구 성과’로 선정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반면에 논문을 발표한 후 만성통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환자들로부터 많은 전화와 이메일을 받아 통증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더욱 실감하였지만, 실제로 아직까지 환자분들께 별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통증연구에 대한 관심이 타 분야에 비해 매우 낮은 현실에서, 앞으로 꼭 후속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까지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통증생체신호연구실 연구진 사진
이미지4. 통증생체신호연구실 연구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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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는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의 단독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관련 사이트 :
- 2019 국내 바이오분야 연구성과 및 뉴스 Top 5
- 연구자가 선정한 2019 국내 바이오 성과∙뉴스 Top 5 (Bio통신원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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