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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전부터 시작된다는 다수의 임상 결과를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는 인지기능 저하 이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많은 연구자들께서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은 핵의학적 영상 또는 뇌조직의 생검/부검이라는 간단하지만은 않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증상 발생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는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이번 연구에서 다양한 질병 진단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료인 혈액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이 가능한 생화학적 혈장 전처리법과 고감도 바이오센서를 개발하여 임상 샘플에 적용했습니다. 그 중에서 저희 연구팀이 맡은 생화학적 혈장 전처리법과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을 CLASS(Comparing Levels of Abeta by Self-Standard)라 합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베타는 환자의 뇌에서 장기간 축적되며 oligomer와 plaque라는 폴리머 형태가 됩니다. 저희는 혈액에도 아밀로이드베타 oligomer가 존재한다는 점과 이 때문에 혈중 아밀로이드베타는 다양한 크기의 응집체가 뒤섞인 heterogeneous 상태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homogeneous 상태로 만들어야지만 정량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 내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베타 oligomer를 용해할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여 단량체(monomer)로 풀어버리면 아밀로이드베타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지만 oligomer 분포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정상인은 용해 전후의 단백질 농도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를 하였습니다. 실제 임상 샘플에 저희 기술을 적용하였을 때 저희 측정 결과는 90%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며 기존 알츠하이머병 진단방법인 Amyloid-PET과 Mini Mental State Exam 결과와 상당히 높은 연관성(correlation)을 보였습니다.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5년 전만해도 알츠하이머병의 혈액 진단 관련 기술의 성숙도는 실험단계였습니다만, 최근 국내외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혈액 진단 기술은 많은 발전이 있었고 이제는 실용화/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다양한 바이오마커와 측정 방법이 시도되어 왔습니다만, 현재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술은 대부분 혈중 아밀로이드베타를 핵심 바이오마커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정말 자랑스러운 점은 국내 알츠하이머병 혈액 진단 기술 전문 기관들이 글로벌에서 이 분야 선두 그룹에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학회(AAIC)의 연례학술대회와 대한치매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IC-KDA)에서 소개된 국내 알츠하이머병 혈액 진단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는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현재 연세대학교 약학과와 융합과학공학부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상당부분은 제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2006-2017)에 재직하고 있을 때 개발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융복합 공동연구가 없었다면 실현이 불가능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연구자는 이제는 가족과 다름없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황교선 교수님 이십니다. 당시 같이 뇌과학연구소에 근무하던 황교수님 연구팀에서 고감도바이오센서를 개발하시고 임상 혈액을 사용한 바이오마커 측정을 맡아주셨습니다.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었던 저희에게는 미지의 영역에서 황교수님과 2014년부터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고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저희 연구팀 김혜연 연구교수는 핵심 기술인 EPPS에 의한 혈중 아밀로이드 응집체 용해 기술을 개발하여 오랜 기간 본 연구에 큰 이바지를 하였습니다. 크고 작은 역할을 한 제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백승엽 박사는 오랜 기간 동안 혈액 샘플의 전처리를 맡았습니다. 펩타이드 합성과 분석을 맡은 제자들 이세진 박사, 장호충 연구원, 김경환 박사과정도 수고가 많았으며 지금 미국에서 박사학위 중인 제자 Jinny Lee가 없었다면 이 논문은 아직 게재를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님, 노지훈 교수님, 한국원자력병원 핵의학과 임상무 교수님, 변병현 교수님 연구팀에서 환자군과 대조군을 형성하여 주시고 진단, 채혈, 임상검증을 해주셨습니다.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함께 본 연구에 임해주신 모든 공동연구자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의 성공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이끌어주시고 조언해주신 KIST 문길주 원장님(현 UST 총장), 이병권 원장님, 임태훈 부원장님, 윤석진 부원장님, 하성도 연구기획조정본부장님, Dennis W. Choi 뇌과학연구소장님, 김동진 뇌과학연구소장님, 김태송 단장님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4년 저희가 본 연구에 착수할 때만해도 이 분야의 한계는 pg/mL 수준에 해당하는 극미량의 혈중 아밀로이드베타를 측정하는 검출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다양한 극복 방안이 개발되었고 알츠하이머병의 혈액진단 기술 R&D는 현재 국내외에서 다수의 기관들이 완성된 기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최근 상용화 된 기술도 있습니다. 연구분야의 한계는 치료제의 부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혈액 진단이라는 상당히 간편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가릴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찾아왔지만, 진단을 받으신 환자와 가족분들의 걱정거리를 해소해 드릴 수 있는 약이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치료제 개발이 하루 빨리 성공해야 알츠하이머병의 혈액 진단 기술도 범용화 될 것이고 비로소 궁극적인 치매 극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저는 다양한 약물 기전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에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글로벌 제약사가 알츠하이머병 쪽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는 합성신약에 의한 아밀로이드베타 및 타우 단백질 응집체 용해를 주요 약물 기전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학회 등에서 재미있는 강연을 듣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휴대폰, 컴퓨터, 잡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서 전문가 분들의 말씀을 듣다가 가끔 “앗!”하면서 막혀있던 연구의 돌파구를 찾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면, 갑자기 귀를 닫고 휴대폰을 들고 같은 분야 연구를 하는 와이프(김혜연 교수) 또는 동료분들께 문자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거나 뜬구름 잡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저희 연구실은 공식적으로는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를 합니다만, 비공식적으로는 Chemical Serendipity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초기 가설에 맞지 않는 희한한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잦습니다. 한발짝 물러서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포스트잇에 연구자료를 적은 후 관계를 새로이 생각해보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혈중 아밀로이드베타 oligomer를 용해시키는 화합물 EPPS의 발견도 serendipity 였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도 처음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에 혈액을 다루는 진단 연구를 해 본 적이 없었고 논쟁이 많은 연구 분야였습니다. 단순히 혈중 아밀로이드 올리고머를 풀어서 단백질 정량을 하면 환자와 정상인이 쉽게 구분 될 줄 알았는데, 그룹간 유의성 조차 나오지 않는 연구 결과를 보고 크게 낙심했었습니다. 황교선 교수님과 머리를 쥐어짜다가 약물 처리 후 농도를 약물 처리 전 농도로 나눠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밤 9시에 황교수님으로부터 환자와 정상인 그룹이 명확히 갈리는 데이터가 나온 컴퓨터 스크린을 찍은 사진이 한 장 문자로 왔습니다.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울컥하게 됩니다.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대한민국의 연구환경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고 바이오/IT 관련 업체와 일자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아쉬운 점들을 제외하고는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큰 불만은 없습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예전에 해주신 말씀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연구원은 이윤창출도 못하면서 돈을 쓰는 희한한 직업”이라 하셨습니다. 그 이후 돈을 날리는 연구를 하면 절대 안된다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저희 연구를 바이오융합 분야 Top 5로 선정해주신 연구자분들과 BRIC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하며 받아본 상 중에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상입니다.
사랑하는 와이프와 아들, 저를 믿고 따라주는 실험실 식구들, 함께 웃고 울어주시는 연세약대 교수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어머니께도 감사드립니다. 고인께서는 저를 세계 보건의 날 낳아주시고 우연히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9월 21일) 떠나셨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하는 아들을 앞으로도 늘 응원해주고 싶으셨나봅니다. 제 사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연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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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국내 바이오 연구성과 Top 5는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의 단독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관련 사이트 :
- 2019 국내 바이오분야 연구성과 및 뉴스 Top 5
- 연구자가 선정한 2019 국내 바이오 성과∙뉴스 Top 5 (Bio통신원 2019-12-17)